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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사이버 검열, 나라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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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10.30 18: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우 희 창 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외래강사

1542년 교황 바오로 3세는 이단심판소를 설치하고, 이 심판소의 사전검열을 거쳐야만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했다. 신교를 억제하기 위한 하나의 조치였다. 이후 수많은 나라에서 엄격한 검열제를 실시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모두가 통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랬다.

특히 20세기 초부터 등장한 러시아 등 공산주의 국가들은 상시적으로 검열 체계를 갖춰 언론의 자유를 억압했으며 나치 독일이나 일본 제국주의 등 전체주의 국가에서도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도구로 강력한 검열을 실시했다.

우리나라에서 검열이 공식적인 법령으로 규정된 것은 1907년이다. 대한제국 법률 제1호 ‘광무신문지법’(光武新聞紙法)에 “신문지는 매회 발행에 앞서 내부 및 관할 관청에 각 2부를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해 사전 검열을 제도화했다. 아울러 신문에 게재해서는 안 될 사항들을 자세히 열거하고 있다.

일제 치하에서 심각하게 언론의 자유를 구속당해온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공식적으로 검열을 폐지했다. 하지만 1972년 10월, 유신헌법이 등장하면서 사전 검열이 공공연하게 횡행하고, 5공화국 군사정권하에서도 공권력에 의한 사전 검열은 여전히 활개를 쳤다. 다행히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검열과 관련된 각종 법률들이 정비되고 언론자유의 지평은 점점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탄압의 상징인 검열이 최근 뉴스의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 9월 18일 대한민국 검찰이 인터넷 허위사실유포를 엄단하겠다는 취지로 인터넷 상시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말하자마자 검찰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검찰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카카오톡을 압수수색해 3000여 명에 달하는 개인정보 및 메신저 대화 등을 사찰한 사실이 알려지고, 네이버 밴드, 네비게이션 등도 사이버 공간에서 감시당할 수 있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면서 ‘사이버 검열’ 논란은 불이 붙었다.

이 때문에 국민 메신저라 불리던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 독일에 본사를 둔 ‘텔레그램’으로 대거 ‘사이버 망명’을 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300만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망명을 한 사태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잘 나가는 ‘창조기업’ 카톡을 한방에 날렸다”고 조롱했다. 지난 2009년 악성댓글을 단속을 위한 인터넷 실명제의 실시로 많은 사람들이 외국 포털인 구글로 망명하는 바람에 국내 포털시장이 휘청했던 일의 재판이 되어버렸다.

검열의 문제는 잘 나가는 기업들을 휘청거리게 하고 망하게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국민 간 자유로운 소통을 막음으로써 나라를 망조 들게 한다는데 있다. 검열이 가져오는 가장 큰 폐해는 탄압이 두려워 진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기표현을 완화 또는 변형시키거나, 알아챌 수 없도록 위장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를 흔히 자기 검열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자기 검열이 사회에 만연하게 되면 진실의 전달은 사라져 버린다.

개인간 소통 창구인 메신저에서 마저 진실이 전달되기 어렵고 진실을 전달하는데 주저하게 된 사회, 그리하여 새로운 소통 창구를 찾아 나서는 사회, 이게 망조 든 사회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미국의 헌법학자 알렉산더 빅켈(Alexander Bickel)은 "형벌은 위축(chill)시키지만, 검열은 얼어붙게(freeze) 만든다"고 지적했다. 동토의 사회에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열은 언론의 자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영국의 시인이며 ‘실락원’의 저자인 존 밀턴(John Milton)은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ka)’에서 허가 없이 나온 출판물이 선량한 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할 것이라는 비난에 대해 “오류와 진실이 서로 충돌해 싸우다 보면 진실이 궁극적으로는 승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를 넘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나서서 걸러내지 않더라도 오류와 진실이 서로 충돌하는 언론자유의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장될 것이다. 그럴진대, 도대체 정부는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우 희 창 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외래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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