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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어업협정 ‘폐기’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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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08.05 18:41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정치권의 한 주요 인사가 한일어업협정 폐기를 주장했다. 매우 좋은 일이지만 칭찬보다는 비판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한일어업협정은 독도를 넘겨주게 만든 완전한 매국조약이다. 을사늑약에 버금가는 악질적인 매국 조약이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이어져 간다면 이 조약을 체결한 주요 책임자들은 앞으로 틀림없이 매국노로 역사 속에서 단죄 받을 것이다.

어업협정의 주요 내용 몇 가지만 정리해보면 먼저, 어업협정은 한국과 일본의 권리를 대등하게 보장했다.

협정 제15조 ‘이 조약은 어업이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해 양 체약국의 입장을 해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 한다’는 구절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게 매우 결정적인 무기를 만들어 줬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국과 대등한 권리로 조약문으로 보장해 주었으므로 어업협정은 영토주권의 생명인 배타성을 결정적으로 훼손했다.

독도를 우리정부 자신이 분쟁지로 인정했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이 같은 권리를 행사하게 돼 있는 공동관리수역 속에 집어넣게 된 것이다. 존재도 좌표도 이름도 없이 무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영토의 생명은 배타성인데 우리 정부가 독도를 이미 분쟁지로 공인하고 일본의 권리를 한국과 대등하게 보장해 줬으니 우리 고유한 영토로서의 생명은 이미 끝난 것이다.

또한 어업협정에서 일본과의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선 기점을 울릉도롤 잡았으니 우리 스스로 독도를 무인 암석으로 취급하고 우리 영토로서의 권리를 포기했으며 울릉도와의 연결성을 포기한 것이다. 국제법상 영토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버린 셈이다.

더구나 국내 주권수역에 일본의 법적 권능이 미치도록 보장했으니 영토 주권의 생명인 배타성을 스스로 훼손해 버린 셈이다.

어업협정은 독도의 영토주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일본에게 넘기자고 작정하지 않고는 체결할 수 없는 조약이었다.

정부는 어민의 이익을 이야기하면서 한일어업협정으로 우리가 엄청난 이익을 본 것처럼 주장한다. 아주 초기에는 한국이 기존에 잡아오던 어획고를 고려해 3년간 점진적으로 줄이도록 돼 있고 이후에는 일본과 대등한 어획고가 되도록 규정했으므로 우리는 졸지에 일본의 몇 배를 올리던 어획량을 빼앗기고 말았다.

당시 정부에서는 어민들의 불만을 봉쇄하기 위해 비싼 돈으로 배를 사서 우리 어업 경쟁국인 중국, 필리핀 등에 공짜에 가까운 헐값으로 처분했는데 그 배들이 다시 동해바다에 들어와 고기를 잡아 우리 어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어업협정이 없어지면 무정부사태가 일어나고 동해바다에서 서로 양국의 배를 나포하여 큰 사태가 벌어진다고 오래전 어업협정 체결할 때 써 먹었던 ‘공포론’을 다시 꺼내는데, 이것도 협박용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해양법협약 가맹국이므로 해양법협약의 규정에 따르면 아무런 문제없이 평화롭게 넘어 갈 수 있다.

한일어업협정 폐기를 쉽게 주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독도 문제는 국가사이의 문제이며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처리된다. 영토문제에 관한 국제법의 일반원칙 중에 금반언(禁反言, Estoppel) 조항이 있다. 국가가 승인했거나 묵인했던 사안은 뒤집지 못하며 뒤집어도 승인 묵인했던 효력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지속된다는 원칙이다.

우리가 이미 10년간을 지켜온 조약이므로 폐기해도 우리가 인정했던 독도에 대한 일본의 권리는 소멸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업협정을 폐기하여도 일본의 독도에 대한 권리는 지속되는 것이니 협정 폐기의 실효성이 없어진다. 그러니 협정을 폐기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지속한다면 우리의 영토주권을 일본에 넘기는 행위를 우리가 계속하는 것이므로 역시 독도를 넘기는 수단이 된다. 어업협정만 덜컥 폐기해 버리고 효력은 그대로 남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독도를 한국 영토로 만들 수 없게 된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는 바로 이것이 어업협정 폐기 문제의 진정한 고민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바로 이점이 딜레마다.

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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