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간 꼭 있다. 심지어 많다. 도처에 널려 있다.
매회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며 드라마를 넘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 이 드라마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마치 우리 회사에, 우리 조직에 화질이 좋은 CCTV를 설치한 듯한 현실적이고 생생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 만화에서 세밀하게 묘사된 캐릭터를 기반으로,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면서 ‘미생’은 매회, 그리고 매 순간 “맞아! 맞아!”라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
재벌 2세나 초능력자, 신데렐라나 슈퍼맨의 판타지는 없다. 대신 드라마는 강력본드로 발바닥을 땅에 붙여놓은 듯 이보다 강렬할 수 없는 현실감으로 시청률을 잡는다.
‘별에서 온 그대’는 현실감각을 마비시켰고, ‘왔다! 장보리’는 말초신경을 한껏 자극했다면, ‘미생’은 오늘도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 마디마디에 놓인 순간을 핀셋으로 포착해 확대하는 방식으로 내가 살아가는 오늘이 바로 드라마임을 깨우쳐준다.
그래서 공감도가 폭발한다.
◇ 악질·저질·마초질
‘미생’의 ‘찬조 출연진’ 중 단연 화제인물은 지난 14~15일 방송에서 치고 빠진 박과장이다. 김희원이 연기한 박과장은 ‘악질’에 ‘구악’인 인물이다.
약자에게 언어폭력·성희롱을 일삼고, 근무시간에 당구장과 사우나에 가 있거나 증시 시황에 코를 박고 있다. 회사생활은 ‘줄서기’가 생명이며, ‘내 실적은 내 주머니’에 넣어야한다는 사상으로 무장한 박과장은 함께 일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자 지독한 불쾌감을 안겨준다.
한석율(변요한 분)을 괴롭히는 성대리(태인호)는 ‘저질’ 캐릭터다. 후배에게 모든 일을 미루면서 공은 자신이 거두고, 상사에게는 입안의 혀처럼 군다.
박과장처럼 대놓고 뻔뻔한 악질은 되지 못한 그 아래 등급의 하수. 거래처에서 이벤트로 진행한 영화표나 뜯어내고, 싫다는 후배를 술자리로 불러내 놓고는 술값을 뒤집어씌우는 행동 하나하나가 치사한 저질이다. 후배를 가르치지는 않고, 알량하게 선배 노릇을 하겠다고 덤비는 인물이다.
마부장(손종학)은 마초질이 금메달감이다. 기본적으로 ‘계집이 어디서!’라는 생각으로 무장한 그는 여사원의 존재 자체를 못마땅해한다.
◇ 워커홀릭·일개미·엘리트
물론 우리 주변에는 피하고픈 캐릭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고 싶고, 따르고 싶고, 존경하는 인물들도 많다.
이성민이 연기하는 오차장은 일에 목숨을 건 워커홀릭이다. 승부사적 기질로 무장했고 추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데 한가지, 출세욕도, 그런 주변머리도 없다.
‘가장 나쁜 상사는 일은 못하고 쓸데없이 부지런한 상사’라는 말이 있는데 오차장은 일 잘하는 부지런한 상사다. 그래서 밑에 있으면 배울 게 많겠지만, 과연 그 밑에 서는 것이 회사에서 출세하는 데 도움이 될까는 의심하게 만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