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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 창립 100돌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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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08.31 18:18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우리말과 우리글을 한 세기 동안 지켜온 한글학회가 어제 창립 100돌을 맞았다. 말과 글은 민족의 정신과 숨결이 담겨있는 생명체와 다름없다. 주시경 선생이 서울 서대문 밖 봉원사에서 국어강습소를 열고, 그곳에 국어연구학회를 세워 최현배, 이병기, 현상윤, 김두봉 등이 중심이 돼 1908년 8월31일을 기해 말, 글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어제가 꼭 한글학회가 생긴지 100년이 되는 날이며 그 의미가 크다. 한글학회는 그동안 조선어연구회, 조선어학회로 바뀌어오면서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는 뜻을 받들며 가꿨다. 그리고 말과 글을 잃지 않는 한 민족은 멸망하지 않는다는 진리도 깨닭기에 이르렀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의 말과 글을 뿌리채 뽑아 민족을 말살하려 드는 그들과 맞선 조선어학회 사건은 빛나는 항일 투쟁의 빛을 남기기도 했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일제와 맞서 한글날 제정, 맞춘법 통일, 표준말 정하기에 온 힘을 다해 싸웠다. 1942년 일제에 ‘조선어 큰사전’ 편찬에 관련된 최현배, 이희승 등 33인이 붙잡혀 가기도 했다.

또 2만6500장 분량의 방대한 원고도 일제에 빼앗겨야 했다. 이같이 국어사전을 펴내려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옥살이를 치렀다. 일제하의 말,글운동은 암흙에서 나라를 건진 항일 민족운동이나 다름 없었다. 힘들게 만들어진 원고는 해방 후 서울역의 한 창고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돼 1957년 6권의 ‘우리말 큰사전’으로 태어나는데 성공했다.

국어사전에는 우리 말이 낱낱하게 담겨져 있기에 우리 조상들이 후손에게 물려준 고귀한 유산임이 틀임없다. 때문에 한글학회는 우리 민족에게 나라말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일깨워 온 100년의 산 증거이다. 우리 말은 우리 민족이 가진 정신 및 물질적 재산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한글이 세계화로 발돋움하면서 1997년에는 세계기록유산에 오르기도 했고 국제특허협력조약에선 10대 국제 공용어로 채택되기도 했다. 현재 세계 64개국 742개 대학에선 우리나라 말을 가르치고 있다. 또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른 외국인만 해도 지난해 7만2000명이나 됐다.

이렇게 우리 말을 떠나서 하루도 살 수 없게 됐고 한글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현실은 그렇치 않아 여러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우리말보다 무조건 외국어부터 가르치려는 몰입교육의 광풍같은 것이 문제다. 게다가 거리에는 외국어 간판 등이 투성이고 기업 이름과 상호까지도 우리말이 푸대접 받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때문에 밖으로는 한글의 국제적 위상을 더욱 높이고 우리말을 세계에 널리 펴 보이는 길을 찾아내는 일 또한 한글학회 몫이다. 그리고 안으로 우리말을 보다 정확하고 품위 있고 풍성하고 아름답게 가꿔가는 일도 학글학회의 영원한 과제다. 국제화시대에 우리말운동이 지나치게 배타적이거나 외곬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하는 슬기가 필요하다.

지난 위대한 100년을 국민과 함께 축하하며 겨레의 원초적 유산을 지키는 본향으로 남을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성원도 아울러 기대한다.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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