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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수건돌리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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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12.25 18: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우 희 창 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외래강사
“청와대가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위기를 헌법재판소로 훌쩍 떠넘겼고 헌재는 수건이라는 그 뜨거운 감자가 자신에게 던져지자 이를 넙죽 받아 술래가 됐다는 생각 때문이다”
 
‘수건돌리기’라는 게임이 있다. 여러 사람이 빙 둘러앉아서 노래를 부르면 술래가 둘러앉은 사람 뒤를 돌다가 수건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뒤에 놓고 한바퀴 돌아 그 사람 자리에 가서 앉는 게임이다. 자기 뒤에 수건이 놓인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그 수건을 들고 다시 원 밖을 돌다가 또 다른 사람 뒤에 수건을 놓는 게임인데, 술래가 한 바퀴 돌아 올 때까지 수건이 자기 뒤에 놓인 것을 모르고 있거나 뒤늦게 알아차리면 벌칙을 받게 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을 보고 불현듯 이 놀이가 생각났다. 수건을 든 술래가 다른 사람에게 수건을 떠넘기듯 청와대가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위기를 헌법재판소로 훌쩍 떠넘겼고 헌재는 수건이라는 그 뜨거운 감자가 자신에게 던져지자 이를 넙죽 받아 술래가 됐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회적 다양성에 사형선고를 내렸다는 비판도,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주장도 다 넘어가자. 어차피 헌재 결정의 옳고 그름에 대한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웬만한 사람들은 다 고개를 주억거린다. 보수언론들이 아무리 이구동성으로 ‘헌재가 종북으로부터 헌법을 수호했다’고 나발 불어도, 청와대의 북소리에 헌재가 장단 맞춰 춤춘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해산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드문 사례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독일 공산당 해산의 경우도 심리만 무려 5년 넘게 걸린 어려운 판단이었다고 한다. 느닷없이 헌재가 통진당 해산 관련 결정을 서둘러 내리겠다고 할 때부터 사람들은 청와대의 수건돌리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매양 이런 식이다. NLL 대화록 유출 문제로 위기에 닥치자 채동욱 혼회 자식 문제를 터트려 관심을 돌리면서 위기를 넘기고, 세월호 때도 그랬다. 이러한 방식은 베노이트(Benoit)나 혹은 콤즈(Coombs)가 말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있어 ‘위기공격성 감소’나 ‘환심사기’의 ‘초월’(관심돌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전략은 그야말로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점이다. “절대 아니다” “사주하거나 행위를 한 누군가가 따로 있다”(부인) “어쩔 수 없이…” “잘 몰랐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책임회피)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묻겠다”(위협) “별 일 아니다”(과소평가) “나보다 더한 것도 많다”(물타기) 등의 사례들과 함께 ‘다른 사건을 만들어 관심을 돌리는’ 떠넘기기는 하책으로 분류된다. 위기 극복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유사한 위기가 재발되지 않도록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위기를 잉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위기를 빠져나가는 방법은 이러한 얄팍한 수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좋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으로 발빠른 초동대처, 최고책임자의 직접 대응, 일관성, 개방성을 꼽고 있다. 위기발생 후 24시간 이내를 소위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이 시간 안에 최고 책임자가 직접 공식석상에 나와 위기에 대해 발언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만 소위 이해관계자(스테이크홀더)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직 내에서 일관된 내용의 정보가 나오도록 하며 모든 정보는 100% 공중에게 공개될 수 있어야 위기가 제대로 극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청와대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러한 전략은 하나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하수라 할 수 있다. 위기는 조직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기업이나 기관 등 조직들이 위기를 잘 관리하지 못해 명멸해갔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땅콩회항’으로 절정의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항공, 세월호 사건으로 조직이 운명을 맞았던 해양경찰청과 청해진해운, 고객정보를 검찰에 제공했다가 가입자가 대거 이탈해 위기를 맞았던 다음카카오 등이 그 사례이다. 모두 위기를 슬기롭게 관리하지 못했던 조직들이다. 오불관언, 묵묵부답, 적반하장, 과소평가, 합리화, 책임전가에 관심 돌리기까지 모두가 하책을 썼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초록동색(草綠同色)이다.
 
마침 여론조사에서 당선 2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가 30%대로 뚝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민들은 지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소통부재’를 꼽았다고 한다. 사람들 보는 눈은 역시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우 희 창 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외래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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