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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띠는 부자 못 된다’는 속담은 이젠 ‘옛말’

착하고(善) 아름답고(美) 의로움(義)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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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1.01 19:02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수호동물 양처럼 모든 일이 평화롭고 정의롭게 술술 풀리기를 기대

2015년 새해는 을미(乙未)년 양의 해다. 을(乙)은 동쪽, 청(靑)색을 뜻해 ‘푸른 양’의 해다. 12지신의 중 8번째인 양(未)은 시간으로는 오후 1시에서 3시, 계절로는 음력 6월에 해당하는 시간신이며, 남남서를 지키는 방위신이다.

양은 유목문화에서는 매우 중요한 동물이지만 농경문화인 우리나라에서는 20세기 이전까지 비중이 약했다. 특히 우리가 현재 양이라고 부르는 동물은 털이 복슬복슬한 면양이지만 우리 문화 속에서 주로 언급되는 양은 염소나 산양이다. 뿔이 있는 양(羊)이다. 면양이든 염소이든 산양이든 순하고 착하다는 이미지는 동서양이 같다.

겁먹은 듯한 순한 눈망울을 가진 양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평화와 안락 그 자체다. 실제 성품도 온화하다고 한다. 무리를 지어 군집생활을 하면서도 동료간의 우위 다툼이나 암컷을 독차지 하려는 욕심이 별로 없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착함(善)을 상징하는 동물로 양을 꼽았다. 양띠도 온순해 이 해에 며느리가 딸을 낳아도 구박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초야에 묻혀 지내던 시절 양 꿈을 꿨다. 그가 꿈속에서 양을 잡으려고 하자 뿔과 꼬리가 몽땅 떨어져 놀라 잠에서 깼다. 무학대사(無學大師)를 찾아가 꿈 이야기를 했더니 대사는 곧 임금에 등극할 것이라고 해몽했다. 한자의 ‘양(羊)’에서 뿔과 꼬리에 해당하는 획을 빼면 ‘왕(王)’자만 남게 돼 곧 임금이 된다는 풀이였다.

실제로 그 이후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매 양 꿈을 길몽, 양은 상서로움의 상징이 됐다.

보일 ‘시(示)’자는 원래 ‘신(神)’을 뜻하는 글자다. 신이 양을 만나면 상서로움을 뜻하는 ‘상(祥)’이 된다. 음(音)으로는 밝은 양(陽)과 같아 서로 통해 길상의 의미가 있었다.

양이 ‘입(口)’과 만나면 맛있는 음식(味)이 되며, 큰(大) 양은 아름다움(미. 美)였다. 내 안(我)의 아름다움과 만나면 옳을 의(義)가 되니 양은 착하고 아름답고 좋은 것, 또 의로움의 상징이었다.

양은 반드시 가던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정직성을 갖고 있다. 우리 속담에 그래서 ‘양띠는 부자가 못 된다’고 한다. 양처럼 정직하고 정의로워 부정을 지나치지 못하고 너무 맑아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속담은 ‘옛 말’이 돼야 할 것 같다. 우리 시대, 컴퓨터로 일군 IT계의 ‘슈퍼리치’들이 대부분 양띠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신화’를 쓴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양띠다. 미국의 IT 삼인방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애플의 스티브잡스, 구글의 에릭슈미츠가 모두 1955년생으로 한국 IT거물들과 ‘띠동갑’이다.

120년 전 을미년(1895년)엔 명성황후가 경복궁에서 일본 낭인 등에게 시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명성황후 시해 참변’은 당시엔 ‘을미지변(乙未之變)’이라 불렸다. 을미사변은 일본 제국이 조선을 침략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명성황후를 제거하기 위해 ‘여우사냥’이란 암호명 아래 치밀하게 준비한 만행이었다.

1415년과 1355년 을미년에는 왜구가 침입했고, 1235년 을미년에는 몽고의 침입으로 용강, 함종, 삼등, 용진진. 동주역 등이 함락됐다. 1115년 을미년에는 요의 사신이 와서 금나라에 출병을 독촉했다. 995년 을미년에는 서희가 여진을 축출하고 안의, 흥화의 두 성을 축성했다. 935년 을미년에는 후백제 견훤이 고려에 투항했고, 또한 신라의 경순왕이 고려에 투항하자 마의태자는 금강산에 들어가 생을 마쳤다.

을미해 외국과의 투쟁 및 통상이 많았던 걸 돌아보면 6자회담, 남북관계, 정상회담 등을 잘 풀어가야 할 것 같다. 국방에도 힘을 써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 도적과 반란 등이 많이 일어났으므로 민심도 살펴야 할 것이다.

광복 70주년에 한·일 수교 50주년이 겹친 데다 을미사변 120주년이 버티고 서있는 올해 파란 양이 어떤 기운을 몰고 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슴에 희망을 부활시킨다. 희망을 품는 이유는 수호동물인 양처럼 모든 일이 평화롭고 정의롭게 술술 풀리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다.

안순택기자 sootak@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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