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연탄봉사 첫날이니 일어나자”
새벽 5시30분! 엄마가 깨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난 더 자고 싶어서 못들은척 했다.
그런데 내 마음속에 하얀 지연이와 검은 지연이가 내 마음속을 어지럽힌다.
하얀 지연이는 ‘일찍이긴 하지만 카페에 참석 한다고 올린것도 약속이고, 연탄봉사를 해 본적은 없지만 나눌 수 있는 봉사이니 일어나자!’그리고 바로 옆에 검은 지연이가 ‘아니야~ 한번도 해 본적도 없고 오늘은 춥고 졸리니까 낮에 하는 쉬운 봉사도 있을테니 다음에 가자!’이렇게 망설이고 있을 때 엄마께서 다시 깨우셨다.
“엄마는 약속을 지켜야 해서 지연이가 못 일어나면 혼자 다녀 올 거야. 어떻게 할래?”나는 벌떡 일어섰다.
‘내가 한 약속이지!’
엄마랑 대전 중구 테미로에 있는 ‘대전 노인 복지관’으로 향했다.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새벽에 아주 많은 분들이 모여계셨다. 나와 같은 초등학생부터 나이 많으신 어른들도 있었다. 이 날 80세 되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사시는 곳과 한 부모 가족인 가정에 연탄을 200장씩 전달했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계신 곳은 좁은 골목 안쪽에 계단까지 내려가야 했는데 무엇보다 옆집에 커다란 개가 우리를 보고 계속 짖어 대어 200장을 다 넣으는 동안 너무도 무서웠다. 그런데 연탄을 한 장, 두 장 세면서 숫자 200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다보니 더 이상 개 짖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난 오빠가 둘이나 있어서 무섭고 어려운 일을 잘 해 보지 않았다. 처음엔 귀찮고 걱정도 되었지만, 설레임도 있었는데 연탄 봉사를 다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기분 좋은 에너지가 마구 나는 것 같았다. 더구나 멋지게 임명장도 받았다.
그 곳에서 아빠친구분이신 대흥동 주민자치센타에서 일하시는 한광희아저씨도 나오신 것을 보았는데 우리 아빠는 아직 회원 가입도 못하셨다. 빨리 집에 가서 아빠랑 오빠들에게 자랑을 하고 함께 봉사하자고 설득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 번 마음이 설레였다.
이 날 2014년 마지막이라고 떡국떡을 나눠 주셨다. 그래서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외할머니댁에 들려서 떡국떡을 선물하며 자랑스럽게 새벽부터 연탄 봉사를 하고 받은거라고 말씀드렸더니 할아버지께서 착한 일을 했다고 용돈으로 만원을 주셨다. ‘난 참 운도 좋은 아이다!!’이 만원으로 무얼할까 고민하다가 대전 봉사 체험 교실에 내 이름 서지연으로 연탄값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벽부터 하루를 일찍 시작하니, 일요일 하루가 더욱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벅찬 마음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유영배기자 dailycc@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