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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올 한해는 진정한 울부짖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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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1.14 17:0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 영 식 대전팝스오케스트라 ccd

또 한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황금빛 햇살이 온몸을 감싸며 새해가 열렸습니다. 아무도 걷지 않는 새하얀 눈길처럼 깨끗하고 해맑은, 삼백 예순 다섯 날이 내 품 안에 선물로 안겨졌습니다. 온유한 양의 해, 새해를 맞고 보니 마음이 설렙니다. 벅찬 희열이 온몸으로 너울너울 퍼집니다.

한해를 시작하면서 새해부터 뭔가 달라지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공부를 시작해보겠다는 사람,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다짐도 많이 했을 겁니다. 살빼기 도전에 금주와 금연에 대한 결심도 많았을 겁니다. 저도 다짐했습니다.

지난 한해는 강풍을 만난 사람이 가로등에 매달리듯 힘겹게 살았습니다. 지난해처럼 우리 국민들이 어려울 때가 없었던 듯합니다. 너무나도 많이 울부짖었습니다.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였습니다. 맹자는 “밖에 적이 있고 내부에 우환이 있어야 성공한다”고 했습니다. 하늘이 어떤 이에게 장차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육신에 시련을 줘서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일을 더 잘하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우리에게 일어난 수많은 사건사고는 크게 보면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난 우환일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이 땅에 모두 모두 거룩하게 탄생하였기에, 올 한 해는 잘 살아보자고 소망해봅니다. 우렁찬 사자의 포효(咆哮)로, 위풍당당한 호랑이의 민첩성으로, 비상하는 독수리의 힘찬 날개짓으로, 다툼을 싫어하는 청양(靑羊)의 평화로움으로 그리고 진정한 사나이의 울부짖음으로!

우리 세대는 암울한 시기를 겪으면서도 산업화의 일꾼으로 앞장 선 세대요, 현대사에서 산전수전, 공수전까지 겪은 세대요, 격변기에 잡초같이 무던히도 고달픈 삶을 살기도 한 세대입니다. 소를 팔아 학비를 댄 ‘우골탑’(牛骨塔)의 세대인 바, 올 한해는 ‘인생 제1막’ 은퇴 시기에 즈음하여 ‘인생 제2막’을 준비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서로 격려하여 남은 삶을 아름답고 여유 있게 살아보자 다짐해봅니다.

올해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살리라.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며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햇살이 떠오르면 그 햇살을 질리도록 내리받고, 비가 오면 빗방울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바람이 내달리면 그 바람에 가슴을 열어 함께 들썩이면서 살아갈 거라고 다짐해봅니다.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만물들과 교감하며 삶의 내용물은 행복으로 채워 넣고, 주변까지 밝고 환하게 가꾸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우리 세대의 아빠들을 위하여 ‘아빠의 청춘’을 각색하여 힘차게 불러 보겠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들의 아빠에게 들었던 가락입니다. 작사 반야월, 작곡 손목인, 노래 오기택의 작품을 각색(脚色)해 봅니다.

“이세상의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 아들딸이 잘되라고 행복하라고, 마음으로 빌어주는 박영감인데, 팔랑귀라 비웃으며 욕하지 마라, 헛똑똑이라 비웃으며 욕하지 마라, 이빨 빠진 호랑이라 비웃으며 욕하지마라.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인생, 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

새해 아침, 마음을 다잡기 위해 부모님이 계신 천주교 묘지에 다녀왔습니다. 불효자가 2년 만에 갔습니다. 이것저것 엉킨 실타래를 조금 풀어 달라고 마음으로 빌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만나고 내려오는 길에, 지나가던 여인네가 정중히 인사를 건넵니다.

제 차림새가 어느 가톨릭 신부로 착각했나 봅니다. 조금은 험상궂지 아니하고 인자(仁慈)했나 봅니다. 그날 저녁에 성당 다니는 교수와 소곡주를 마셨는데, 그도 나에게 인상이 좋다는 말씀을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살맛이 납니다.

그래서 올 한 해는 진정한 울부짖음으로 살아볼까 합니다. 뭐 거창하게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울부짖겠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소리는 내고 뜨겁게 살리라고 다짐합니다.

이 땅 모든 분들이 복 많이 받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박 영 식 대전팝스오케스트라 C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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