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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돌봄노동의 가치와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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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1.18 18: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 여 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얼마 전에 인천에서는 한 어린이집의 교사가 아동이 음식을 뱉어냈다는 이유만으로 오른손으로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일이 발생했다.이 아동은 교사에게 맞아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다른 원생들은 한편에서 무릎을 꿇은 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이를 묵묵히 지켜봤다. 지난달에도 어린이집 교사가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2살과 3살 남자 어린이를 자신의 머리 위로 들었다가 바닥까지 떨어뜨리는 행위를 반복했으며,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보육교사가 원생의 양 손목을 끈으로 묶어 물의를 일으켰다. 이처럼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어떻게 믿고 아이를 보내느냐'고 불안을 넘어 공분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3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확인된 아동학대의 8.7%(591건)는 어린이집이나 아동복지시설 등 아동 양육 시설의 종사자들이었으며 이 중 3.0%(202건)는 어린이집 종사자가 가해자였다. 
 
  지난해 9월 29일부터는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울산계모’사건으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아동에 대한 신속한 조치 및 보호가 가능하도록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됐다. 이 법의 시행으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서 최고 무기징역까지 형량을 강화했고, 친권자 및 후견인의 권한을 정지(기존에는 제한만 가능했었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그 역할을 강화했고, 아동관련 기관 종사자들에게 학대신고 의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아동학대 범죄 발생 후의 사건 처리 절차를 강화하고, 학대신고 의무자만을 늘린다고 아동학대가 감소할 수 있을까? 우리사회는 저출산 및 인구 고령화,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등으로 돌봄의 사회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돌봄 노동은 가족 내의 어린이, 노인, 환자, 장애인 등을 보살피는 일로서 우리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아주 중요하고 필수적이지만 돌봄 노동의 종사자(어린이집 교사,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에 대한 처우와 사람들의 인식은 아주 낮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돌봄 노동을 특별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보육교사의 양성과정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졸업자도 1년 정도의 교육만 받아도 자격증이 부여된다. 초·중·고등학교 교사 양성과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허술하다. 
 
  오랫동안 돌봄 노동은 여성에게만 전담됐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치 없는 일’로서 여겨졌다. 실제로 여전히 돌봄 노동의 종사자는 대부분 여성이고 저임금을 받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대면 서비스인 만큼 다양한 감정 노동에 시달리지만 이들의 스트레스를 다루기 위한 방안은 미비하다. 프로이트는 6세 이전에 인간발달의 많은 것이 결정된다고 이야기하는 만큼 영유아기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보육교사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작은 교실에서 대화도 잘 통하지 않는 여러 명의 아이들을 돌보며 하루 종일 웃으며 사랑을 실어 돌볼 수 있을까?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돌봄 노동에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들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노동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보육교사 선발 과정에서 기질 자체가 보육교사에 맞지 않은 사람을 걸러내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아동학대방지 교육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의 틀을 바꿀 필요도 있다. 
 
  정부는 2017년까지 사회서비스 일자리 49만 개를 만들어 내고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1500개를 육성한다고 하는데, 이는 대부분 돌봄 노동과 관련된 것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저임금에 쉽게 해고당할 수 있는 일자리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다. 국가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육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보육교사들에 대한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만들도록 일차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 여 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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