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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신 매카시즘과 종북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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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1.22 18: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우 희 창 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외래강사

1950년 2월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매카시는 “국무성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폭탄 발언했다. ‘매카시즘’ 광풍의 서막이 열린 것인데, 이를 계기로 미국사회에서는 1만명 이상의 지도층 인사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수감되거나 현직에서 쫓겨났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계와 방송계의 작가, 감독, 배우 등 수백명이 공산주의자라는 멍에를 쓰고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일자리를 잃었다. 심지어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1972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까지 20년 동안 미국에 돌아올 수 없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당시 국무장관 덜레스조차 매카시즘의 공포에 떨었고 미국의 외교정책은 반공노선으로 경색됐다. 핵무기를 만드는 맨하탄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오펜하이머까지 소련 스파이로 몰렸다. 유력 정치가나 지식인들 어느 누구도 두려움으로 매카시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이러한 주장에 따른 파장이 상상 이상으로 매우 컸고 많은 사람들이 곤욕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주장의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매카시는 후에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그가 말한 공산주의자가 누구인지 전혀 밝히지 못했다.

이러한 ‘매카시즘’은 왜 문제일까?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근본적으로는 사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중세의 마녀사냥과 비슷한 형국이어서 매카시즘하에서는 건전한 비판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시민운동은 위축되고 인문학 연구, 사회과학 연구는 활성화될 수 없다. 대중문화와 예술도 극도로 침체될 수밖에 없다.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어 닥친 1950년에서 1954년까지의 5년간을 ‘미국 민주주의의 암흑기’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산주의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매카시즘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흔히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이거나 ‘용공’ ‘좌익’ ‘주사파’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단두대에 세우는 일이다. 최근에는 ‘종북’이라는 용어가 이를 대신했다.

광복직후 과거를 청산하고 친일반민족주의자들을 척결하려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친일파들과 반공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아 와해됐다.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에게는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야말로 ‘빨갱이’라는 딱지는 전가의 보도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사회에서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로의 낙인인 셈이었다.

민주화 이후에도 이런 상황은 변치 않았다. 1994년 7월 18일 서강대 박홍 총장은 “우루과이라운드 반대 시위 뒤에 주사파가 있고 주사파 배후는 사노맹과 북한 김정일”이라고 발언했다. 나아가 근거도 없이 “주사파 범주에 드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3만명 있으며 750명이 정계와 언론계에 진출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서슬 퍼런 공안정국이 펼쳐졌음은 물론이다.

20년 뒤인 지난해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고 해석해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하지만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제 누구든지 북한과 같은 주장을 하거나 비슷한 주장을 해도 ‘종북’이 될 판이다. ‘전쟁반대’를 외쳐도 ‘평화통일’을 주장해도 ‘종북’이다. 신 매카시즘 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1월 14일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종편 채널A와 보수단체 대표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청구 소송을 기각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사람은 ‘종북’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식이라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자유로울 시민단체는 어디 있으며 정치권에서 조차 ‘종북의심자’ 아닌 사람이 있을까? 그러니 “김정일 위원장은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람”이라고 호평했던 현직 대통령을 ‘종북’이라고 비꼬는 것 아닐까?

이제 ‘종북’의 칼은 곳곳에서 휘둘러졌다. 방북 경험을 소개한 콘서트에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여 한 사람을 구속하고 다른 한 사람은 추방했다. 현직 국회의원도 이 콘서트와 연관지어 조사를 벌였다. 법무부는 올해 업무계획 보고에서 반국가단체?이적단체 제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안몰이가 신년 벽두부터 대대적으로 전개된 것이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종북’은 정상적인 대화나 토론을 가로막는다. ‘종북딱지’를 붙이는 것은 상대에게 이념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며 이른바 마녀사장이다. ‘종북’이 아니라는 사실을 무엇으로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법원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종북’으로 비방한 변희재씨나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방한 정미홍씨 등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종북’이란 낙인이 우리 사회에서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구체적 정황을 근거로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누군가를 흉기로 찌르는 것이 행동의 자유일 수 없는 것처럼 ‘종북’으로 낙인찍고 비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이게 제정신 박힌 지극히 당연한 판결 아닌가?

우 희 창 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외래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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