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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사회는 식인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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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2.01 17: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과연 정말로 식인의 풍속이 지금은 없는가?”

 

OECD 가입국 대한민국 사회에는 또 하나의 차별적 계층이 존재한다. 다름 아닌 비정규직 계층.

아파트 경비근로자, 대형마트 및 백화점의 판매사원이나 캐셔, 학교나 대형시설의 청소근로자 등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다.

사회적 지지와 인기 관리를 위해 정부는 실업률 관리에 절치부심 해왔고 그에 대한 방편의 일환으로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 무노동권으로 대변되는 비정규적의 비중이 늘어났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정규직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파견직, 임시직, 계약직, 일용직 등의 고용형태에 준하는 일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이런 범주에서 보면 우리 사회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에 속하며 대부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 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고용형태에 있어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고용의 유연성’을 고려한다면 노동시장의 탄력성과 효유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을 것이다.

단 이러한 비정규직 제도의 긍정적 측면이 터무니없는 차별과 계층 갈등적 사회 문제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도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은 나라라고 한다. 네덜란드에서도 초기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보장제도가 미흡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생의 원칙 아래 지금은 근로시간에 따른 시간당 임금의 차이는 없고 단지 근로시간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이런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언감생심 가능한 일 이기나 할까?

동일한 근로현장에서 매일 같이 형님, 동생하며 근무하다 비정규직 문제로 시위라도 하게 되면 적이 아닌 적이 된다는 어느 비정규직 근로자의 인터뷰 기사를 떠올리니 아직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노동의 기본 가치관은 상생은 없는 ‘내 밥그릇 사수’ 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문제들은 근로자들 간의 갈등과 분쟁을 낳아 결국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인 ‘노노(勞勞) 갈등을 야기시키고 나아가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것임이 분명하다.

2007년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문제’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같은 해 비정규직의 보호를 위해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주변 곳곳에서 비정규직의 처절한 삶의 투쟁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무관심과 심지어 이들 행동에 대한 의아함마저 느끼며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리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이들이 우리 어머니, 아버지일도 수도 형제자매일 수도, 절친한 친구일 수도, 또 언젠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정부와 기업인들에게 감히 간청 드려본다. 정부는 수조원의 일자리 창출 예산을 단기간의 실업률 하락을 위해 전시적으로 집행하지 말고 비정규직의 참된 복지와 차별금지를 위한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 또한 기업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생의 길을 도모하면서 보다 창의적이고 사람 중심의 기업 경영이 분쟁과 불화에서 벗어나 화합과 발전의 지름길임을 알았으면 한다.

예전에 보았던 ‘더 로드’란 영화의 한 장면. 전 지구적인 문명의 몰락 후 식인의 풍습이 퍼지는 가운데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아버지와 어린 아들의 대화를 떠올려본다.

“ 아빠, 우리 착한 사람이죠?”

“그럼”

“ 아빠, 우리, 사람 안 먹을 거죠?”

“그럼”

“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람 안먹을 거죠”

“……그럼”

비정규직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기를 꺼려하는 경영주나 또 같은 근로자인 비정규직의 혹독한 처우에 관심이 없는 정규직근로자들에게도 묻는다. 과연 정말로 식인의 풍속이 지금은 없는가?

 

이용화 플란트 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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