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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무너지는 스티로폼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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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2.05 16: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지난 1월 10일, 2015년이 밝자마자 온 국민을 당황하게 만든 의정부시의 원룸 도시형생활주택에서 발생한 작은 화재가 결국에는 5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부상을 입는 등 대형 참사로 커졌던 화재사고는 대책 없는 규제완화와 안전 불감증이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건축물의 동간간격이 너무 좁고, 외장 재료가 불연재료가 아니어서 쉽게 옆 건물로 화재가 번지어 피해가 커졌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넓은 대지에 저층으로 넉넉한 건축물을 짓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좁은 국토와 밀집된 도시의 형태로 보아 전 정부 때 완화된 주택건축 관련 법규에 따라 이를 설계하여 허가하고, 지은 탓이라고 볼멘소리를 하였다. 하지만 당시 입안하는 당국이나 설계자, 시공자, 입주자 모두가 행복하게 살려고 선택한 길이었고, 준공 후에도 서로 안전에 조심하여 거주하면서 이런 불행한 화재만 없었다면 아무런 문제점이 노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중세 가장 왕성하던 도시무역국가인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이나 가까운 동남아 베트남 도심의 거리를 지나보면 건물간에 간격이 거의 없이 도시 전체가 모두 연벽이 되어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만약 이런 밀집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상상 하기조차 어렵다.

현시점에서 냉정하게 우리나라의 건축문화 환경을 냉정히 살펴보고, 미래를 상상해보자. 1960년대 새마을 운동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초가집을 없애는 지붕재료인 ‘골 슬레이트’이다. 성인 2명이 올라가서 뛰어도 견디는 매력적인 건축자재인 ‘골 슬레이트’는 반만년 역사 속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초가집을 모두 없애 개량하였다. 그리고 40여년이 흐른 지금은 석면에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있다는 발표가 있은 후로 퇴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한때 양생이 안 되어 김이 모락 모락 나는 슬레이트 한차를 받으려고 군수나 이장이 동분서주하였는데, 이제는 수집 폐기하려는 데도 적지 않은 금액이 소요되어 골칫거리다. 당시 농촌의 새마을 운동에 대한 평가 기준이 되는 좌표가 지붕개량산업의 진행률이었고, 심지어 일반 가정에서는 야외에서 삼겹살 구어 먹는 불판으로도 애용되었다. 대전지역에서도 예전에 태평동 지역에 슬레이트 공장이 있어서 이 지역에서 살았던 주민들이 뒤늦게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역학조사하려 해도 원주민들이 뿔뿔이 헤어져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렇게 한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건축자재인 골파인 슬레이트가 한순간 국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암적인 존재가 되어 폐기물 처리에 골치를 앓고 있다.

스티로폼이 슬레이트의 뒤를 이어 지금까지는 각광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사라져야 된다. 스티로폼은 우선 값이 싸고, 가볍고 다르기 쉬워서 단열재로는 가장 많이 공급된 건축자재중 하나다. 다루기 쉽고 단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는 건축자재라서 불량시공과 무허가 건축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또한 준공 후 입주자가 잘못 사용하여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가연성 재질이기에 제일 먼저 인화되면서 유독성 가스를 뿜어낸다. 그래서 화재 때마다 수많은 인명피해를 주어 왔다. 1989년 경기도 화성시의 씨랜드 참사에서 캠프를 하던 23명의 유치원 어린 아이들의 목숨을 빼앗아 간 사건부터 시작하여, 최근인 2014년 초에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 눈의 하중에 못 이겨 붕괴된 마우나 경주리조트 사건에서 무고한 대학생 10명이 숨지고, 204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이렇듯 위험한 건축자재를 왜 우리는 아무런 제재도 없이 사용하고, 관계당국의 준공허가를 받을 수 있는가는 관련 법규를 탓 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서둘러 일부 선진국같이 일정한 높이와 규모의 건축물에는 가연성 단열재인 스티로폼의 사용을 규제하여야 하며, 심각하게 오염되어가는 지금의 환경만 살펴보면 스티로폼의 건축자재 사용은 전면 금지되어야 한다.

스티로폼의 장점인 썩지 않고, 다루기 쉽고 가벼운 강점을 활용한 공업용이나 농수산용품 등 만으로 사용을 권장하면서, 사용 후 정확한 수집 및 폐기를 강화시켜야 한다. 농촌 지역을 가보거나 푸른 바닷가에 가보면, 곳곳에서 스티로폼이 환경오염의 장본인으로 널려있다. 폐기물의 썩는 기간을 살펴보면 우유팩은 5년, 비닐봉지는 50년 PVC용기는 80년임에 비하여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합성수지는 100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땅에 묻어도 썩지 않는 합성수지 가공품을 함부로 버리는 바람에 토양의 재생력을 잃고 있다. 우리생활에서 쓰기 좋다고만 해서 잘 알지 못하고 함부로 남용하다가 더 큰 재앙으로 다가 올 수 있으니, 조그만 건축자재의 선택에도 미래를 생각하는 신중함이 곁들어야 한다. 점차 우리의 삶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자재는 건축분야에서 만이라도 사용을 줄이면서, 서서히 무너지는 스티로폼의 신화를 지켜보자.

유병우 (주)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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