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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지역언론, 대권구도 운운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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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2.26 17:17
  • 기자명 By. 충청신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내가 사는 공동체에서 별 탈 없이 무사히 잘 살아가려면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이 두 가지엔 공통점이 있는데, 비논리적이지만 효과가 엄청 크다는 것이고, 고질적이면서 망국적이라는 점이다.

첫째가 종북이다. 정권에 반대하는 자에 대해서는 그 주장의 당위성과 관계없이 종북 딱지를 붙인다. 그리고 기어이 응징을 한다. 종북은 한국사회에서 금기시 된 단어 빨갱이의 또 다른 말이다. 빨갱이라는 그 딱지만 붙이면 누구든 제거할 수 있기에 수구 우익세력의 도깨비 요술방망이다. 그들에게 종북 분자,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수 없는 존재이고 척결해야만 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밥술이라도 먹고 살려면 절대 붙어서는 안 되는 딱지이며 정권에 비판적인 말을 내뱉고 살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둘째는 지역감정이다. 지역감정이 생긴 곳에서 행여 고상하게 공정한 입장을 취한다거나 전체를 바라보는 입장을 취하는 날에는 내가 딛고 사는 동네에서 무사하지 못할 각오를 해야 한다. 최근 호남선 KTX를 두고 벌어진 호남과 충청간의 첨예한 대립이 그 예다. 충청과 호남지역에서 각각 상반된 주장이 나왔지만 시민단체에서도 언론에서도 자기 지역의 입장에 반하는 주장은 물론이고 합리적인 대안 모색을 해보자는 주장조차 어느 곳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전체 국민의 복리를 고려해 보자는 주장도 물론 보기 어려웠다.

‘충청출신’ 이완구씨가 국무총리가 됐다. 충청출신이 총리가 되어서 충청이 국가의 중심이 됐다는 현수막도 나오고 충청의 자부심이 드높아졌다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과연 그럴까? 아무리 성급히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 해도 그렇지 며칠이 지났다고 충청의 자부심일까. ‘이완구’ 총리 뉴스를 검색해보라. 최상급 비리백화점이라 할 만큼 온갖 비리 의혹이 들춰지고 또 사실로 드러났다. 게다가 기자들과 만나 권력으로 언론을 휘어잡을 수 있다는 천박한 언론관을 그대로 드러내 민주주의의 법질서를 정면으로 위반하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그가 우리지역 출신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지고 수치스럽고 민망하고 열없어서 얼굴이 붉어져야 하는 게 온당할 텐데 지역감정 앞에선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청문회가 본격화되고 그의 비리가 들춰지자 “충청총리 낙마하면 총선 대선 때 두고 보자”며 내지른다.

이러한 지역감정엔 대통령의 명(命)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괄하는 내각의 수반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관심 밖이다. 오로지 충청출신이기 때문에 총리가 되어야 한다는 초등학교 수준도 안 되는 어거지만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 지역에서 이러한 주장에 반기를 들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그의 자질을 문제 삼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정서 뿐 아니라 심지어 이 지역출신 야당 국회의원들조차 청문위원으로 나가길 꺼렸다는 후문이 있는 걸 보면 그 강도가 어떠할지 짐작이 간다.

다 그렇다 치자. 어차피 정치권이야 지역감정 자극해서 이득을 얻는 집단이니 으레 그러려니 하자. 행정기관으로부터 보조금 받는 관변단체나 보수단체들도 정치적으로 움직이니 그럴 수 있다고 보자. 일반 주민들은 인지상정 우리 집안, 우리 동네, 우리 학교 출신 사람이 잘되는 거 좋아할 수도 있겠다. 진보적 인사들이나 시민단체 조차도 못마땅하더라도 주변 눈치 보느라 말 못하는 거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사회의 목탁이라는 언론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 지역갈등을 중재하고 지역감정을 누그러뜨리는 일,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추상같이 꾸짖는 일, 권력에 대한 촌철살인 같은 비판과 감시 등등이 언론의 기능 아닌가?

근데 외려 지역 언론이 지역갈등과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각종 행태들을 비판하고 꾸짖기는커녕 애써 외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핫바지’니 뭐니 해서 들쑤시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언론이 가야할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얼굴 들기도 민망할 정도로 망신을 당한 게 엊그제인데, 벌써부터 총리의 행보를 두고 대권구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거 아닐까? 얼굴이 화끈거려 보기에도 역겹다. 지금 중요한 것은 대권구도 운운이 아니라 마구잡이식 종북 프레임으로 무고한 국민들에게 주홍글씨 새기는 얼토당토 않는 일들이 횡행하지 않도록 하는 일, 지역감정으로 국민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아울러 총리가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여론을 정확히 전달하는 한편, 비판 감시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우희창 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외래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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