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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나는 페미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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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3.15 18: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빈부, 국적, 종교, 장애, 성별, 학력, 외모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기에 나는 페미니스트다”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또 다른 아이디어 낳고, 이러한 아이디어는 보다 진보된 기술을 우리 삶에 가져온다. 내가 대학 새내기 시절인 20년 전에는 ‘삐삐’라는 기계가 정말 중요한 통신매체였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으며,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며, 자료를 검색하고, 실시간으로 자신의 일상생활을 전 세계의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디지털 발달과정의 주기는 갈수록 단축되고 있으며, 기술적 진보 덕분에 세상은 이전과 비교해 훨씬 편리해졌다. 전자기기의 발전으로 세상은 이렇게 변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최근 한 청년이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로 가면서 우리사회는 IS와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가 IS와 같은 극단주의와도 이어져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20년 전 대학 내에서 여성운동을 이야기 하면 ‘드센 여자’, ‘여성 상위주의자’ 등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이러한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의 역사는 우리사회에서 매우 오래전부터 있었다. 1920년대 신여성이 등장하면서 동시에 신여성에 대한 비난과 혐오, 적대감이 크게 대두됐고 ‘신여성은 이기적인 여성해방주의자’로 정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20년 전이나 100년 전이나 2015년을 살고 있는 지금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온라인상에서 ‘페미니스트’임을 밝히는 것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테러의 대상이 된다.

‘여성복지론’이라는 과목을 강의할 때마다 ‘페미니즘’에 대해 묻고, 학생들의 생각을 물어 본다. 10년 전 처음 강의를 할 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대답은 부정적이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칭하는 학생은 아주 소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페미니즘’은 “사회·정치·법률 면에서 여성에 대한 권리의 확장을 주장하는 주의”, ‘페미니스트’는 “여권 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여성을 숭배하는 사람. 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로 정의 되어 있고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그 뜻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성운동 진영에서는 ‘페미니즘’을 “계급, 인종, 종족, 능력, 성적 지향, 지리적 위치, 국적 혹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배제와 더불어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정치적 의제들”이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 여성연합은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지칭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 및 인권과 관련 된 일을 하는 활동가들에게 “당신은 페미니스트입니까?” 라고 물으면 “여성을 위해 일하는 실천가이지만 페미니스트는 아니다”고 답하는 이들이 꽤 있다. 여성 활동가 스스로도 페미니스트로 ‘커밍아웃’ 된다는 것이 일종의 주홍글씨로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남성혐오자’로 폄하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배우인 엠마 왓슨이 유엔 연설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발언하면 할수록 남성혐오와 동일한 의미로 오해받곤 한다”고 한 것을 보면 서구도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다지 우리와 다르지 않은 듯하다.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편견을 변화시키는 노력과 더불어 더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의 가치와 실천에 공감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군 가산점 폐지, 여성부 출범 등 페미니즘 운동이 여러 성과를 이루었지만, 기득권이었던 남성들이 신자유주의 흐름에 따라 봉쇄된 사회진출을 여성에 대한 혐오로 채우고 있는 듯하다. 빈부, 국적, 종교, 장애, 성별, 학력, 외모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기에 나는 페미니스트다. 3월 8일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 스스로를 돌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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