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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순망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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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3.25 18: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정 호 백제문화원장
발치를 했다. 엑스레이를 보니, 치아를 둘러싸서 지지하는 뼈가 녹아 없어져 버렸다. 치아가 흔들리면서 뽑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되었다. 풍치, 심한 치주질환이다. 임플란트를 심고자 뼈 이식을 했다. 잇몸을 절개하고, 드릴로 구멍을 뚫었다. 임플란트는 잘 관리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고, 편하다고 한다.  “아무리 좋아도 인공치아가 자연치아보다 좋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착한 의사가 웃는다. 젊었을 때 이를 잘 돌보지 않으면 나이 먹어 후회한다.
 
돌을 앞 둔 손녀가 이가 났다. 잇몸이 근지러운지 닿는 것은 무조건 입에 넣는다. 웃을 때 보이는 젖니가 앙증맞다. 참 예쁘다. 아기 젖니는 위아래 열 개씩 20개가 난다. 이는 두 번 난다. 영구치는 32개다. 위턱과 아래턱에 각각 앞니 4개, 송곳니 2개, 작은 어금니 4개, 큰 어금니 6개가 자리 잡고 있다. 젖니 때보다 큰 어금니가 더 생기는 셈이다.
 
설치류는 앞니가 발달해 있고, 육식동물은 송곳니가 예리하고, 초식동물은 어금니가 단단하다. 잡식성인 인간은 송곳니가 날카롭지도 않고 어금니도 퇴화되어 약하다.
 
 사람의 이는 입 안 표면적의 약 20%에 해당한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표면적이 넓은 위턱 치아가 아래턱 치아를 살짝 덮는 형태로 맞물린다.
 
이가 아파본 사람들은 안다. 진통제를 먹어도 눈물이 날 지경이다. 찬물이나 딱딱한 음식은 엄두도 못낸다. 노인들에게 충치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침이 잘 분비되지 않아서란다. 입안이 마른다. 입술에 물을 축여 보지만 자꾸 입술이 마른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가까운 사이에 있는 하나가 망하면, 다른 하나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렵다, 입술과 이는 한 몸임을 설파한 고사성어다. 
 
대기업과 납품을 하는 하청기업의 관계도 그렇다.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하청기업을 쥐어짜 무너지면, 결국은 대기업도 손실을 입게 된다. 생산자와 소비자도 그런 관계다. 소비자가 무너지면, 생산자도 팔 곳이 없다. 정치와 국민도 마찬가지다. 공동운명체다. 국민을 훼손하면 정치도 무너진다. 조화와 어울림이 되어야 하는데, 입술과 이가 따로따로 노는 형국이 안타깝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부모, 형제, 배우자, 자녀 모두 함께 평안해야 한다. 가족이 무너지면 나도 위태롭다. 가족을 지키지 아니하면, 결국은 나도 망한다. 친구도 그렇다. 친구를 징검다리로 이용하지 말 일이다. 친구가 등 돌리고 떠나면 외로움만 남는다. 회사와 종업원도 칸막이 없는 한 배다. 공생하고 동행해야 한다.
 
제방이 무너지면, 물난리가 난다. 대문이 망가지면 본채도 위험하다. 중국 외교정책의 화두 중 하나가 순망치한이다. 그 명분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북한과 주변 나라를 돕는 이유다.
 
이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라 초기 왕의 칭호에 “이사금”이 있었다. 이가 많은 사람은 연장자이므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떡을 깨물어 잇자국이 많은 사람이 임금이 되었다. 이의 수효로 임금이 가려졌다는 역사다.
 
절치부심(切齒腐心) 고사도 있다. 이를 갈며 마음을 썩이는 한을 뜻한다.
 
이를 속되게 ‘이빨’이라고 한다. 서로 말을 주고받는 행위를 ”이빨 깐다“고 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이빨이 세다”고 한다. 도저히 설득할 수 상대를 만나면 “이빨도 안 들어갈 사람”이라고 한다.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자조적인 표현도 있다. 
 
꿈 해몽에도 이빨은 비중이 있다. 이빨은 가족과 주변 지인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빨 빠지는 꿈은 흉몽, 이빨 나는 꿈은 길몽이라고 한다. 샐리의 법칙인가? 엎어져도 넘어져도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이가 아픈 사람들은 웃지 못한다. 당당하게 입 벌리지 못한다. 부정교합, 뻐드렁니, 돌출된 입을 가진 사람들. 면접시험을 보기 위해 가지런한 이를 보여 주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이가 오복(五福)에 든다는 말은 잘못된 속설이지만, 그만큼 이가 좋아야한다는 소망을 투영한 것이리라. 나이 들면 이 건강이 으뜸이다. 씹어 영양섭취를 해야 활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씹는 맛을 느끼고 싶다. 싱싱한 미나리에 삼겹살 쌈 싸서 아작아작 먹고 싶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비장한 각오다. 금년 7월부터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임플란트 2개씩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니, 반가운 일이다.
 
순망치한. 시리고, 어려운 때일수록 새겨지는 말이다.
 
김 정 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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