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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공중 목욕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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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4.09 19: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유 병 우 (주)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요즘 우리사회에 만연돼있는 일부 대중문화는 어떨까? 경제가 어려우니 그래도 한번은 주위를 살펴야 할 것 같은 의구심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목욕문화를 가늠해 보았다. 어릴 때부터 대전은 시내버스만 타면 갈수 있는 유성온천이 있어서 자주 다녔겠다는 질문에 가까이 있다 보니 더 자주 못 간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동네에 있는 허름한 대중목욕탕을 드나들면서 익힌 목욕문화가 바뀌었을까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동네 대중탕은 거의 시들어 문 닫아버렸고, 멀리 있어도 대형화된 사우나 혹은 찜질방을 들랑거리는 문화로 변하였다. 로마시대부터 있었다는 공중목욕탕에 들어가면서 어김없이 생각의 염려를 한 쪽으로 메어놓고 살펴보았다. 무슨 일이 벌어져 마음을 다칠까 하는 걱정이 솔직히 앞섰다. 목욕을 하려고 옷을 훌훌 벗어버린 발가숭이의 상태이니까 고귀한 교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속감을 정해주는 단정한 제복의 위엄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서로 사람을 대하기가 편하고, 가장 진솔한 면모로 꾸밈없이 서로 만나는 기회이니 이처럼 포근한 시간이 언제 있을까 싶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들어가면서부터 걸려있는 ‘5세 이상 어린이를 혼욕을 금합니다.’와 ‘귀중품은 1층 접수에 보관 하세요’라는 구절이 또렷이 보인다. 탕 안으로 들자 넓은 목욕탕에서 소리 지르면서 놀이터같이 즐겁게 뛰어노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은 조용할 뿐이다. 아무도 이를 제재하려 하지 않고, 아예 못 듣고, 못 본 척한다. 냉탕은 초등학생들이 점령하여 플라스틱 대야를 합쳐 수영 보조기구로 만들어 사용하면서 물탕을 치며 장난을 즐기고 있고, 중탕에선 집에서 가져온 물총에 물을 가득 담아서 싸움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 어린이 목욕물품에 물총과 고무공, 장난감 세트가 필수품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감추고 들여오는 것도 아니고 당당히 들고 들어오는 자녀를 이끄는 부모의 눈초리는 참으로 장해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주변에 어른이 있거나 말거나 아무런 상관도 없이 보채고, 또 함께 온 보호자는 말리려 들지도 않는다. 하는 모습을 보아서는 목욕하러 오지 않는다는 것을 물장난 치며 놀라고 달래서 온 듯싶다. 반대편 좌대에 앉아서 서로 등을 밀던 중고생들이 주고받는 욕지거리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저 조용히 바라볼 뿐이다.
 
‘몸을 씻은 후 탕에 들어가세요’, ‘화상주의’, ‘미끄럼주의’, ‘머리를 감고 들어오시오’, ‘사용한 수건은 바구니에 넣어주세요’ 등등 일상적인 사항을 가져다 법적인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써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좀 많은 편이다, 물론 지키지 않으니까 써 붙였겠지만, 지저분하기 까지 하다. 또 사우나에 들어가 있다 보면 ‘찜질방 안에서 면도하지 마세요.’라는 구절 아래서 눈치를 보면서 바쁜 듯이 면도하는 사람이 꼭 있다. 밖으로 나와 드라이실에 가보면 ‘화재의 염려가 있으니 속옷이나 양말을 드라이기로 말리지 마세요’ 라는 표어가 붙어 있음 에도 불구하고, 다리를 한쪽을 화장대에 턱 걸치고 더운 공기를 발가락 사이에 불어넣는 사람이 즐비하다. 
 
나 홀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곳에는 반드시 예의범절이 있고, 공중도덕이라는 것이 있는 법인데 요즘 추락의 정도가 도를 넘었다. 예전 대가족 제도에서는 3, 4대가 모여 살면서 예절을 배우고 지내면서 서로 오가는 정이 있었는데, 도시 산업사회가 되면서 핵가족화 되어 한세대만 살다 보니까 기회가 사라진 것 같다. 이러한 공중도덕을 학교에서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절대 아니다. 생활의 근간이 되는 가정교육은 당연히 부모들의 몫인데 우리는 이를 시키지 못하고, 오직 자식 사랑에만 열중하고 있다.
 
서양에서 가정 교육시킬 때 우리와 다른 점은 잘못이 있어 혼 낼 때에는 어두운 다락방에 가두는데, 우리는 집 밖으로 내쫓는다. 이 같은 폐쇄형 조치와 개방형의 차이의 근원을 살펴보면 우리는 함께 모여 사는 가족이라는 단위를 벗어나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라는 개념에서 기인된다. 개인주의적인 서양에서도 어린이들도 공공장소에서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데 이는 남을 의식하는 예의범절을 중요시 하는 가정교육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를 살려야 한다며 공공장소에서 심한놀이를 하는 아이에게 제재를 가하면 오히려 보호자들이 역정을 낸다. 내 것만이 소중하고, 왜 나에게만 요구 하냐며 남의 탓을 하면서 저항만 남을 뿐이다. 서양아이들은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사춘기가 되면 체격이 성인처럼 커지면서 눈빛이 살아 있는데 반해,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니며 휘날리던 자태는 사라지고 중학교에만 들어가면 방과 후 야자와 과외로 내둘려 깊은 밤 졸린 눈빛만 볼 수 있다. 무엇이 우리나라 국가의 장래를 위하는 길일까…. 뜨거운 목욕탕 안에서 차갑게 생각해 본다. 
 
유 병 우 (주)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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