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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내 꿈은 남자유치원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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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5.06 18: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금남의 직업군이 있었다. 간호사, 무용수, 모델, 요리사 등이다. 반대로 금녀의 직업군으로는 경찰, 군인, 축구선수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다변화속에서 남녀의 금기시 되어왔던 직업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에는 남자가 부엌에만 들어가도 “xx가 떨어진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요즘 잘나간다 하는 요리사는 거의 남자다. 남자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축구선수도 여자축구팀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경찰이나 군인도 마찬가지다. 간호사도 그렇다. 백의천사라고 불리며 의사는 남자, 간호사는 여자라는 고정관념을 깨며 이제는 여자 의사와 남자 간호사를 접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성별과 관계없이 직업군을 선택하고 꿈을 이뤄가는 데 성별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취학 전 영유아를 보육·교육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교사를 살펴보면 아직 멀었다. 게다가 개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교사를 선택하는 남자 선생님들에게는 금남의 벽이 높아 현장에서 남자 교사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이들이 현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사회통념상 남자 직업으로 한 가정을 돌볼 정도의 수입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고, 보육·교육시설에서는 서비스의 직접 대상자들이 영·유아이기 때문에 이들을 돌보기에 남자는 적합하지 않다고 보는 사회적인 편견 때문이다.

남자 예비교사들은 실습을 위해 현장을 찾아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데서부터 어려움이 시작된다. 우선 원장을 설득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원장은 거의 여자이며 남자 교사를 선호하지 않는다.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원내 대부분 100%에 가까운 여자 교사가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구조가 여성화되어 있다. 남자 교사가 같이 생활을 하게 되면 그냥 어려워지는 것이다.

학부모의 인식도 그렇다. 여아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남자 교사가 그리 편하지 않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 민감한 반응을 해줘야 하는 교사로서 남자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혹여라도 어린자녀에게 성추행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발생할 수 있는 확률만을 놓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남자 선생님들은 피곤하다. 신경 안 써도 될 신경까지 써야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남자 선생님을 너무 좋아한다. 아빠 같은 선생님, 삼촌 같은 선생님이 같이 놀아주니 활동성이 큰 바깥놀이를 하는 시간은 너무나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같이 근무하는 여자선 생님들에게도 장점은 많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 기존의 사고방식에만 머물러 있어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할 때 남자 교사들의 다양한 사고와 생각은 또 다른 아이디어가 된다. 드디어 남자와 여자가 어울려 살아가는 유아교육 현장에 균형과 평화가 찾아온다.

5년 전쯤 필자에게 전화가 왔다. 유아 교사가 너무 되고 싶어 현장실습을 하고 싶은데, 실습을 할 수 있게 허락해 달란다. D광역시 J구에 전화를 걸어 허락을 요청했는데 모두 거절당했다고 말하는 그 선생님의 목소리에서 애절함이 묻어났다. 필자는 평소 ‘남자 교사가 온다면 채용을 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터라 반갑기도 했지만, 실습과정 중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 걱정을 안 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실습을 허용했고, 역시 우리원의 교사들은 불평을 토로했으며 부모들은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걱정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좋단다. 아이들은 시간만 있으면 남자 선생님을 붙잡고 놀아달라고 야단법석이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선생님은 취업을 해야 했지만,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우여곡절 끝에 숲어린이집에 근무를 하게 되고, 이 선생님은 없어서는 안 될 인기선생님이 되었다.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까지 환영받는 선생님 말이다.

여자 선생님들은 남자선생님의 등장으로 옷매무새나 언행에 좀 더 조심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효과는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남녀교사의 성비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양성평등은 여자만을 위한 평등이 아니라 양성이 고루 평등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편견을 없애야 한다. 기존의 버릇처럼 해왔던 틀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창의적인 생각을 실현하는데 있어 자유로워야 하며 긍정적이어야 한다. 지금은 갸우뚱 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것들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김묘선 혜전대 사회복지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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