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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팩트가 없으면 소설이지 기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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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5.21 19:1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언론보도의 기본 원칙은 객관적 사실을 전하는 데 있다. “팩트는 있는가?” “정확한 팩트인가?” 등등 수습기자 때 귀에 딱지가 내려앉도록 듣는 얘기가 바로 이 ‘팩트’(fact·사실)이다. 팩트가 없으면 그건 ‘소설’이지 ‘기사’가 아닌 것으로 취급받는다. 그래서 보도대상으로 떠오른 어떤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근거는 있는 것인지는 기자에게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확인하고 또 확인하도록 수습 때부터 끊임없이 훈련을 받는다. 때문에 기자에게는 ‘낙종’의 수치보다 “소설을 썼다”는 비아냥으로부터 오는 수치가 더 견디기 어렵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채택한 신문윤리강령에서도 이러한 ‘사실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3조 보도준칙에서 ‘사실보도와 이를 위한 확인의 중요성’을 핵심으로 삼아 “보도기사는 사실의 전모를 충실하게 전달함을 원칙으로 하며 출처 및 내용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스트레이트가 아닌 해설기사에서도 적용되는 얘기로 보도에서는 사실과 의견을 분리해야 하며(제3조 ①항) 출처가 분명치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부득이하게 보도할 때는 그 점을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제3조 ②항)고 규정하고 있다. 아무리 의견기사라 하더라도 어떠한 주장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윤리강령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언론인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핵심 소양이 근거가 확실한 사실보도다. 그런데 최근 이런 기본 소양을 지키지 못한 일간신문들이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무더기로 경고와 주의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올해 4월 기사 심의에서 동아일보·매일경제·조선일보 등 3사의 보도에 대해 위원회는 객관적 사실이나 근거 없이 '종북·종북주의자'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주의’ 조치를 내렸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신문윤리실천요강 보도준칙인 ‘보도기사의 사실과 의견 구분’ 그리고 ‘미확인인보도 명시 원칙’과 편집지침인 ‘표제의 원칙’을 위반했으며 매일경제도 ‘사실과 의견 구분’, ‘표제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한다.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이들 3개 신문의 기사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소식을 전한 3월 6일자 기사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근거로 범행을 저지른 김기종씨를 '종북' 또는 '종북주의자’라고 표현했고, 사실에 맞는 제시 근거도 김기종씨를 ‘종북주의자’로 보기엔 미약하다는 것이다.

김기종씨가 2011년 서울 덕수궁 앞에 김정일 분향소를 세우려다 물의를 빚었다는 내용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종북의 근거가 될 수 없고, 8차례나 방북했다는 내용은 사실이긴 하지만 친북성향의 인물로 단정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편집자는 기사 본문에도 없는 ‘從北’ 표현으로 큰 제목을 달아 김씨를 종북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문들의 기사와 제목은 주관적 의도나 편견에 따라 과장·왜곡됐다는 의심을 살 소지가 크고, 보도의 객관성과 신문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오히려 이렇게 언론의 기본윤리를 망각한 사실에 대해 ‘주의’ 조처로 끝날 사안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언론들의 보도태도를 보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으로 ‘종북’이란 용어를 무차별적으로 남발해온 것이 사실이다. 진보진영 내부에서 처음 등장했던 말 ‘종북’은 "북한 또는 북한 정권의 주장 등을 추종하는 경향“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를 언론들이 근거도 없이 진보인사나 혹은 진보진영을 비판할 때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일반화 된 것이다.

언론의 보도는 특정되지 않은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한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사안을 보도할 때는 신중하고 무거워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사를 ‘사회적인 글’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사회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글이라서 그렇다. 혼자서만 보는 ‘일기’가 아니기 때문에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도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 출처도 근거도 없는 보도는 신문윤리위원회의 지적처럼 신문의 신뢰를 훼손한다. 문제는 더 나아가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근거도 없이 ‘빨갱이’니 ‘좌파’니 ‘주사파’니 해서 무고한 자들에게 주홍글씨를 새긴 것은 몇이며, 과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되새겨 보라.

적어도 언론이라면 저잣거리에서 불량배들이 함부로 말을 내뱉는 것처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확인도 없이 아무렇게나 갈겨써서는 안된다. 인쇄되어져 나오는 활자에 무거운 책임을 가져야 한다.

 

 

우희창 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외래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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