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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스승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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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5.31 17: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용화플란트치과 대표원장
현대교육을 혹평하는 이들은 “교사는 많으나 스승은 없고, 학생은 많으나 제자가 없다, 따라서 학교는 있으나 교육은 없다”고 한다. 
 
교육에 대하여서는 사람들이 시대의 변천과 지역의 사정에 따라 그 의미와 내용과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어느 학자는 교육을 ‘상구(上求)와 하화(下化)의 상호작용’이라고 한다. 상구(上求)는 선현들의 높은 가르침을 구(求)하고 스스로 자기를 도우며 깨달아 자기혁신을 꾀한다는 것이다. 반면 하화(下化)는 아래 사람을 존경하고 남을 도우며 깨닫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로부터 교육을 ‘줄탁동시’에 비유했었다. 병아리가 알속에서 나오려고 부리로 알을 쫄 때, 알을 품던 어미닭이 소리를 알아듣고 동시에 밖에서 쪼아댄다. 병아리는 깨달음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수행자이고 어미닭은 수행자에게 깨우침의 방법을 일러주는 스승인 셈이다. 결국은 스승과 제자의 상호작용이 잘되어야 교육이 잘 이룩될 수 있음에 비유한 말이다. 논어에서,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서로 노력해야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한 것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얼마 전 월요일 심야시간에 방영하는 모 방송국의 심야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승’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3명의 진행자가 각자 자신의 존경하는 스승을 모시고 문답하는 방식으로 진행 되었는데, 모 여자 진행자는 자신의 연기 선배를 스승으로 모셨고, 젊은 남자 진행자는 자신과 인연이 깊은 유명한 스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이한 것은 마지막 진행자인 모 인기 개그맨은 자신보다도 10년이나 어린 후배를 스승으로 모셨다는 것이다. 50대 중반의 인기 절정의 개그맨이 그것도 자신보다 한참 후배를 스승으로 생각한다는 말에 의아해 하기도 하였으며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가 스승으로 삼은 이유를 정리하면, 자신이 어려울 때 언제나 자신과 함께 있었고, 자신의 고민을 함께 나누어 주었으며, 자신의 부끄러운 치부를 감싸 안아 주었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많은 도움을 받아서였다고 한다. 또한 스승으로 지칭된 후배 또한 그가 말한 똑같은 사유를 들어 자신 또한 그 선배를 마음속의 스승으로 삼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었다. 위에서 말한 스승과 제자의 상호작용이 제대로 적용된 것이라 생각된다.
 
공자는 “아무리 배워도 싫증이 나지 않고 아무리 가르쳐도 지치지 않는다”라고 하고, 소크라테스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즐거워하고 이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처럼 가르치는 일은 다른 것과 비교하거나 이권을 따져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그저 좋아서 행해야 한다. 그리하면 학생들도 공부하는 과정 그 자체가 행복할 수 있게 된다.
 
요즈음은 사회 변천에 따라 스승도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되어 회생과 봉사를 자랑으로 삼아온 덕목이 차츰 퇴색되어 가고 있다. 가르치는 이들이 물질만능주의에 편승하고 배우는 사람들은 잘못된 교육 방법으로 인하여 배우는 것을 오히려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은 개탄을 해야 할 일이다. 
 
스승은 제자들 모두가 미래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휼륭한 농부는 씨앗을 보면서 열매를 상상할 줄 안다”고 했다. 자성예언(自省豫言)의 이론에서 피그말리온 효과와도 일맥상통 한다고 볼 수 있다. 설리번이 ‘육체만 가진 동물’이라고 표현되었던 헬런 켈러의 가능성을 믿고 열성껏 교육을 실시한 결과 세기적인 인물로 키운 일을 기억해야 한다. 제자들에게 적절한 모험, 실의, 위기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줄 필요도 있다. 그들이 한 일에 대하여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보호자 역할도 해야 한다. 엄격하면서도 온정이 담겨져야 하고 허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권위가 있어야 하며 정적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 그들의 약점이나 부족한 점에 대한 비밀을 보장해줘야 한다. 또한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가르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하며,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수준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 나비가 제 모습을 갖추려면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나고 그것이 자라서 성충이 된 후 번데기가 된 다음에 비로소 탄생한다. 그 중 어느 과정을 뛰어넘어 갈 수는 없다. 그 단계에서 배울 기회를 놓치면 그 후에 배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르친다는 생각을 줄이고 도와준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서둘러서 한꺼번에 다 가르치려 덤비지 말고 스스로 깨우치도록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화초도 사람이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서 커 가는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
 
가르치는 이는 지루할지 모르나 배우는 이는 하나하나가 새롭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교육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변신도 잘 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많은 이들을 웃길 줄 아는 코미디언으로 바뀌고, 사색을 즐기는 철학자의 심오한 모습을 보여 주는 등 다양한 교육방법과 내용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진실의 일관성도 유지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일컬어 ‘종합예술’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가르치는 일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 속에는 즐거움이 있다.
 
바른 가르침의 길이 어떤 것인가를 잊지 않는 자만이 진정한 스승이라 할 수 있다.  

이용화플란트치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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