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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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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6.25 18:2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태상 한국방송대 대전충남지역대학 학장

중동호흡증후군(메르스)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 문화예술계마저 변종바이러스가 밀려 와 무섭게 번져나가고 있다. 인기 소설가인 신경숙 작가의 소설작품이 일본작가를 표절했다는 언론기사가 인터넷을 타고 포털 사이트를 도배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에는 드디어 유명 연예인 연애설처럼 포털 인기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표절은 장관 청문회에서도 빈번하게 제기된 적이 있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다. 표절시비의 출발은 이응준 평론가가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 블로그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순간부터였다.

글의 요지는 작가 신경숙이 선배 시인 김후란이 번역한 일본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우국, 연희는 끝나고’에서 단편소설 ‘우국’의 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 자신의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에 옮겨다 놓았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표절논쟁의 불씨를 당긴 것이다. ‘우국’의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 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워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는 글이 신경숙에 와서는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로 변모되었다.

이응준은 이러한 문체의 변이는 저작권이 엄연한 ‘소설의 육체’를 그대로 제 소설에 오려붙인 다음 슬쩍 어설픈 무늬를 그려 넣어 위장하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신경숙의 표절은 그저 ‘치워버리면 끝이 나는 똥’이 아니라 한국문학의 ‘치명적인 상처’가 되었다고 탄식했다.

또 신경숙은 표절시비가 매우 잦은 작가라고 단정하면서 재미 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의 서문을 자신의 소설 ‘딸기밭’에서 동일한 문장을 무단 사용했고,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 ‘작별인사’가 파트릭 모디아노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들 속 문장과 모티프를 표절했다는 고발이 있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의 문장도 신경숙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표절했다는 평론가들의 주장도 있다.

흔히 비교문학에서 표절의 범주로 ‘번안-인용-발췌-모방-차용-표절’이라는 단계를 제시한다. 번안으로 올수록 창조의 개념이고 표절로 갈수록 도적질에 가까운 야비한 매문행위이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문단은 ‘번안에서 차용’까지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푸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국문학이 노벨문학상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표절’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특히 여론에 불을 지핀 것은 18일의 ‘전설’과 미시마 유키오 단편 ‘우국’이 ‘성애에 눈뜨는 신혼 장면 묘사’라는 ‘일상적인 소재’말고는 공통점이 없으며, 그 묘사 역시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라는 출판사 창비의 작가 옹호적 입장표명과 작가 신경숙의 “문제가 된 일본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 “풍파를 (독자와)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웅하지 않겠다”고 출판사를 통해 발표하고 연락을 끊은 사실 때문이다.

사흘이 지나면서 사태는 좀 더 급박하게 전개되었다. 한국사회문제연구원(현택수 원장)이 미시마 유키오와 루이제 린저 작품을 표절한 혐의가 있는 신경숙을 검찰에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으며, 서울중앙지검이 발 빠르게 사건을 형사6부에 배당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볼 때, 출판사와 작가 신경숙은 큰 과오를 저질렀다. 하루빨리 작가는 독자 앞에 나서서 자숙하는 의미에서 한동안 절필선언을 하고 표절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 출판사도 작가를 비호만 할 것이 아니라 표절시비가 붙은 책을 회수하고 절판을 시켜야 한다. 차제에 권위 있는 중도적 예술출판 단체 주도로 표절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문학예술계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표절시비를 문학계 밖으로 끌고 나아가 사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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