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청주] 신민하 기자 = 결혼해 자녀까지 둔 김모(35)씨는 사채로 끌어다 쓴 빚만 약 2억원에 달해 매월 700만∼800만원 상당의 돈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려 왔다.
극단 강사로 잠시 일했지만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빚을 갚아야 하니 기본적인 생활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서울시 마포구 홍대 주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여성 A씨에게 자신을 영화감독이라 소개, 환심을 샀고 둘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가 본색을 드러냈다.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있는데 영화 필름을 살 돈이 필요하다”며 A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씨와의 관계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A씨는 김씨가 돈을 요구할 때마다 적게도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씩 빌려줬다.
김씨는 A씨에게 8개월 사이 227회에 걸쳐 무려 2억6800여만원을 빌렸다.
김씨의 못된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와 만나면서도 김씨는 또 다른 여성 3명에게 접근, 연인관계를 유지하며 모두 6600여만원의 돈을 뜯어냈다.
이 여성들이 빌려준 돈은 모두 김씨가 빚을 탕감하는 데 사용됐다.
뒤늦게 속은 것을 눈치 챈 여성들의 신고로 김씨의 사기 행각은 막을 내렸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류희상 판사는 6일 이런 혐의(사기)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류 판사는 판결문에서 “재산적 피해가 상당하고, 심한 배신감으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 피해 여성들이 엄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지적했다.
류 판사는 다만 “일반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독립영화 제작에 대한 기본적인 사업성 검토나 촬영 현장 실사조차 없이 자금을 건넨 피해 여성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