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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권위주위와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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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8.09 19:1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항상 보도되고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사건중 하나가 성희롱, 성추행 사건이다. 최근 모 고등학교에서의 최소 가해자 5명이 집단적으로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성추행 문제 뿐 아니라 전 한나라당 심의원의 성범죄 의혹까지 학교, 군대, 정치권 등에서의 성범죄는 우리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성폭력을 척결돼야 할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관련 정책이 다양하게 실시되는 등 성폭력 문제는 국민 안전의 첫걸음으로 홍보되어 왔다. 
 
성희롱을 포함한 성폭력은 개인의 자질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 산물이어서 단기간의 정책 처방으로 근절될 수 없기 때문에 연속되는 성희롱, 성추행의 진단과 대처에 대한 사회적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론화됐던 성희롱은 국회의원, 전 국회의장, 현직 검사, 지방자치단체장, 교사, 대학교수 등 가해자의 면면이나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 및 사업소, 용역업체, 식당, 골프장, 학교, 출판사 등 발생 사업장의 종류가 다양하다. 
 
사회 곳곳에서 힘 있는 사람들이 태연히 성희롱과 성추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을 보면 대통령 순방길의 대변인 성희롱을 비롯한 이전의 사건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진정한 자성의 기회를 갖지 못한 것 같다.
 
성희롱 가해자의 변명과 항변은 언제나 일관되다. “성희롱 한 적이 없다, 성적 의도가 없었다, 딸 같아서, 귀여워서 한 말이나 행동이다, 왜 성희롱 현장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는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다”라는 등 마치 한 사람이 하고 있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성희롱 판단에 있어서 가해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합리적 인간 혹은 합리적 여성의 관점에서 가해자의 성적 언동이 성희롱으로 느낄 만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또한 성적 언동이 발생했던 자리에서 피해자가 성희롱이라고 항의를 했거나 거부의사를 표명했는지 여부도 판단에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없다. 
 
고용이나 업무상의 관계에서 가해자는 대부분 지위나, 권한, 성별, 연령 등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다양한 권력을 가진 갑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피해자가 성희롱 상황에서, 혹은 성희롱 직후 항의를 하거나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 제기 후의 불이익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데, 성희롱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것을 결정하는 것은 사직이나 학업을 포기할 것을 결심하는 수준에 버금가는 문제라 피해자가 적절한 대응을 못 하기가 쉽다. 
 
이처럼 가해자의 대다수 항의 내용은 성희롱을 여성에 대한 평등권과 노동권 침해로 규정하고 판단기준을 만들어온 국제적 합의 수준에서 한참 뒤떨어져 있는 논리다. 솔직히 갑과 을의 관계로 나누어지고, 권위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지만, 그런 노력을 비웃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그런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힘을 가진 이들은 그것을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이러한 성희롱 사건의 여론화는 그동안 장애인, 아동 등 잔혹한 신체적 상해를 동반한 성폭력만을 주로 주목해왔던 우리 사회에서 일상 속 성희롱·성추행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기존에는 가해자의 권위나 권력 때문에 문제제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거나 피해자가 참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문제였지만 이제는 성희롱으로 인지되고 피해자가 문제 제기를 할 수는 있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성희롱 발생의 근본적 차단은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끊임없이 교육 등을 통해 성희롱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예방의 의무를 다함과 동시에 성희롱을 문제시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성희롱 발생 시 피해자의 편에서 지체 없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희롱이 피해자의 편에서 구제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사회 구성원들에게 줄 때 성희롱은 줄어들 수 있다.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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