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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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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8.11 16:1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신 재 익 성신부부한의원장

화병(火病)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어 왔던 병명이다. 울화병(鬱火病)이라고도 하는데 울화란 억지로 참는 가운데 생기는 신경성 화를 말한다. 신경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을 또 참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증상이 악화된다. 이로 인해 다양한 신체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데 통틀어 화병이라 한다. 화병은 몸과 마음에 문제를 일으키는 병이지만 다른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화병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나 질병의 발생이나 증상의 출현에 한국 특유의 문화적인 배경이 영향을 주게 된다. 우울증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감이나 불면, 식욕 저하, 의욕 상실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화병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 증상이 발생하나, 분노와 같은 감정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기에 환자가 스스로 억누르고 내면화하게 되면서 억압된 감정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50대 이상의 여성에게서 더욱 많이 나타난다.

화병에서는 우울감, 불면, 식욕 저하, 피로 등의 우울 증상 외에 화병의 특징적인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하며, 숨 쉬는 것이 답답하고 가슴이 뛰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또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명치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 있기도 하고, 몸 여기저기에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가슴이 답답한 느낌부터 시작해서 한숨을 자주 쉬게 되고 갑자기 열이 확 오르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불안함이나 초조함 같은 감정이 이유 없이 생기기도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화병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양측 유두 사이 가운데 부위를 누르면 매우 아파한다.

화병은 한의학에서 기체(氣滯)증상에서부터 시작한다. 음식이 체하면 식체(食滯)라 말하듯이 기운이 체한 게 기체다. 내 몸의 기운이 스트레스나 외부자극에 의해 소통이 안 되고 막혀있는 것이다. 기체가 오래되면 소통하지 못한 기운이 막혀 열을 형성하고 그 열은 위로 뜨게 된다. 반대로 하초(下焦 인체에서 복부이하)는 차가워지고 약해지게 된다. 기체 증상은 가슴이 답답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을 생기게 하고 상체로 뜨는 열은 불안, 초조감을 더 생기게 하고 불면, 두통을 일으키게 된다. 심해지면서 감정기복도 심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도 더 생기게 된다. 결국 화병이 생기지 않으려면 기체증상이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기체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스트레스, 고민, 생각 등 주로 심리적 원인으로 많이 오므로 마음의 안정이 가장 중요하겠다. 화병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첫째는 가족 간의 스트레스다. 고부갈등, 부부간의 갈등, 자식과의 갈등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간의 문제가 쌓이면서 화병이 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가족 간의 문제는 내가 문제를 피하려고 해도 피해지지 않고 계속 부딪쳐야 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자꾸 참는 것이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고 대화를 하는 등 가족 구성원끼리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금적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지위에 큰 변화가 있을 때 생긴다. 사기를 당하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하는 큰 충격으로 인해 심신이 많이 지치게 되고 반복적으로 예전 기억을 떠오르면서 화병이 생기게 된다. 쉽진 않겠지만 지나간 일은 자꾸 잊으려고 노력해야한다. 과거의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마음의 병이 쌓인다. 억지로 잊는 것이 쉽지 않다면 재밌게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나 모임 같은 것을 추천 한다. 나만의 공간이나 시간을 가지고 그것을 즐겁게 해나간다면 지나간 상처를 빨리 잊을 수 있게 된다.

셋째는 스스로의 성격 때문이다. 예민한 성격, 소심한 성격인 분들에게 화병이 잘 온다. 화병은 참아서 오는 병이기 때문이다. 작은 스트레스를 그냥 넘기지 못하고 자꾸 생각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자꾸 화가 나고 그것을 또 참게 되고 그러면서 점차 병을 키워간다. 내 스스로 병을 키워 나가기 때문에 앞선 경우와 다르게 천천히 진행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될 수도 있다.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인정하고 조금씩 고치려고 노력해야한다. 자꾸 고민하고 생각하는 버릇도 고치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사즉기결(思則氣結)이라 해서 생각이라는 감정은 기운을 소통시키지 못하고 막히게 한다고 한다.

신 재 익 성신부부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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