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문화재를 유출·은닉하고 취득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김모(55)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또 '충민공계초'가 장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구입한 혐의로 국립해양박물관 학예사 백모(32)씨도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입건된 김씨는 2007년 6월 평소 알고 지내던 덕수이씨 15대 종부 최모(59·여)씨로부터 쓰레기 정리 등 집안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덕수이씨 종가를 방문했다.
김씨는 고물상에 판다며 종가에 있던 '충민공계초' 등 고서적 112권을 충남 천안 자신의 집으로 가져와 은닉하다가 2011년 6월 말에 고물수집업자 조모(67)씨에게 300만원에 팔아넘겼다.
조사 결과 이 책들은 정모(71), 김모(54)씨 등 문화재 매매업자를 통해 일부가 문화재 경매 사이트에 팔렸고, ‘충민공계초’만 문화재 매매업자 김씨 등을 거쳐 2013년 4월 국립해양박물관이 3000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계별책은 이순신 장군이 1592년 전라좌도 수군절도사 재임 시부터 1594년 삼도수군통제사를 겸직할 당시까지 선조에게 전쟁 상황을 보고한 상황보고서 68편을 이 장군 사후인 1662년에 만든 필사본이다.
이 책에는 난중일기나 임진장초에 없는 상황보고서 12편이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오성 이항복이 이 장군에 대해 쓴 '이통제비명', 제2차 당항포 해전의 승전을 기록한 내용 등이 담겨있어 1차 사료로써 가치가 매우 높은 보물급 유물로 알려졌다.
국립해양박물관 측은 경찰조사에서 "이순신 장군의 유물이지만, 표지에 '충민공계초'라고 적혀 있어 '장계별책'과 같은 책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장계별책 외에 팔아넘긴 고서적 109권도 압수해 덕수이씨 종가에 돌려줬다. 유통과정에서 빼돌린 한 권은 소재파악이 돼 회수 중에 있고, 나머지 한 권은 아직 소재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연수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쌍룡검과 감결 등 이순신 장군의 분실된 유물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것"이라며 "문화재 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법령의 미비점에 대해 관련 부처에 개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4월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충민공계초'가 덕수이씨 종가에서 사라진 '장계별책'과 같은 책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여 왔다.
한편, '충민공계초'의 소유권 문제로 이순신 장군 후손과 국립해양박물관이 법정소송 중에 있으며, 국립해양박물관 측은 "분실도난 신고가 없었고, 문화재 매입 절차 규정을 지켜 합법적으로 구입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법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