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화속으로] 우리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한 제언(提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5.09.10 17: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강 춘 대전 서구문화원장

‘쿡방(Cook:요리하다+방송)’의 전성시대다. 어느 채널을 돌려도 요리하고 맛보는 장면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먹는 행위에 주목하던 ‘먹방’에서 시작한 유행은 요리하는 행위 자체를 주된 아이템으로 하는 ‘쿡방’의 열풍으로 이어져 그 인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요리하고 먹는 것에 집착하는 방송의 이면을 보면 우리사회 경제·사회·문화의 쓸쓸한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연애·결혼·출산·직업·내집마련·꿈·희망을 포기한 이들이 요리처럼 일상에서 소소하게 만족할 수 있는 꺼리를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또는 심리적 박탈감으로 외로움을 느낀 이들이 TV앞에 모여 그 결핍을 해소한다. 이처럼 방송, 영화, 음악을 즐기고 소셜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여러 형태의 작품을 제작하거나 감상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사회적, 심리적 욕구를 채운다. 결핍된 무언가를 채우는 것, 그것이 문화이며 또한 우리의 삶에서 문화가 가지는 가치이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를 통해 밝힌 ‘나의 소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바라면서 원한 것은 무력도 경제력도 아닌 문화의 힘이었다. 물질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삶에 만족을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것을 꼽으라면 역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화의 가치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의 기본원리로 작동하고 국가 발전의 토대를 이루며 국민 개개인의 행복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는 문화융성을 정부 국정기조로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른 지역문화의 부흥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으나 그 뒤로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실은 열악하고 근본적인 문화발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역의 문화계가 안고 있는 현안들은 정부차원에서의 해결 접근 방식보다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의 문화 발전은 지역사회발전 정책의 중심 가치 및 수단이 되어야한다는 점이 기본적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문화계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지역문화에 대해 가져온 생각을 이곳에서 풀어보아도 좋을 듯하다.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생활공간 안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문화적 욕구를 객관적이고 폭넓게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문화소비계층에 따른 요구에 적절하게 부응할 수 있는 지역문화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지역에 밀착한 생활 속의 문화를 창조하여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의 격차를 해소하고 전반적인 주민행복지수를 높인다면 지역의 자부심과 긍지를 제고하여 문화적 파급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생활 속의 문화에 이어 지역의 역사·문화적·인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지역사회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최근에는 지방의 낙후된 문화를 개발하여 재탄생시키는 창조적 지역문화 발굴이 주목받고 있다. 축제가 활성화 되면서 지역이 가진 특유의 문화자원, 예를 들어 역사적 자원이나 공간, 무형문화재, 경관을 관광·문화산업의 자원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도심재생에까지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필요하다. 예술가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기존의 전문가 집단과 젊고 새로운 인재들의 교류의 장을 마련해야한다. 예술인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의견이 오가며 교류한다면 지역발전을 위한 아이디어가 자연히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문화를 통한 지역경제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는 경제를 살리는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조 및 서비스업과 융합하여 경제적 연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이끌고자 함이다. 일상 곳곳에 문화가 파고들어 주민들의 여가생활-휴양시설, 공연무대, 극장 등의 문화시설-에 따른 일상적 문화소비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문화산업의 발전은 그 자체로서의 경제적 효과도 있지만 우리고장 대전의 이미지를 고양시키며 보다 창조적인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문화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는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을 그렸다. 소설가였고 음악가였고 무용가였으며 화가였던 우리가 삶의 무게에 짓눌려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개인의 꿈과 비전을 실현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의 경제를 일으키는 문화! 가슴을 뛰게 하는 문화, 생활 속에 숨 쉬는 문화를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희망의 대전을 만드는데 이제 모든 이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

이 강 춘 대전 서구문화원장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