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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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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9.24 20:1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 기 룡 미래현장전략연구소장. 전 대전중부경찰서장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 말 만 들어도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달력에 빨간 날짜가 4개씩이나 된다.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친척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 가슴이 뛴다.

어린 시절에는 추석이나 설날이 손꼽아 기다려졌었다. ‘이번 명절에는 용돈이 얼마나 들어올 것인가, 나름대로 계산도 해 보고 그 돈으로 무엇을 살 것인가’ 마음은 벌써 콩밭에 가 기다리고 있다.

세월이 이만큼 지나서 추석을 맞아 용돈 줄 사람들이 몇 명인지, 얼마의 용돈을 주어야 할 지 생각하다 보니 역시 삶은 돌고 도는 것 같다.

이제 네 살 되는 손자가 용돈 달라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엉덩이를 들며 절하는 흉내를 낸다. 천원인지 만원인지 구분도 못하지만 그저 용돈 받으면 마트 가서 장난감 사자고 조르는 손자를 보면서 마냥 행복하다.

한 여직원은 명절날 당직을 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하며 당직을 지원한다. 명절에 대한 부담이 얼마만큼 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명절이 되면 편치 않은 사람들도 있다.

밥상을 차렸다 치우기를 반복하는 아내는 아내대로 마음이 편치가 않은 모양이다.

얼마 전 TV에서 “요즘 며느리들이 명절에 일하기 싫어서 가짜 기브스를 하고 시댁에 간다.”는 보도가 있었다. 설마 하였는데 올해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짜 기브스까지 등장하여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일가친척들이 모여 가장 듣기 싫은 말로는 직장인의 경우 ‘사귀는 사람은 있니? 결혼은 언제 하려고?’(28.3%),를 1위로 꼽았고, 구직자들이 선택한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는 ‘아직도 취업 못 했니?’(17.1%) 라고 한다. 이런 걸 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은 명절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가 보다.

특히,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50대 중반에 일찍 퇴직한 실업 가장들의 스트레스, 또한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명절에 먼 길을 마다 않고 고향을 찾는 것은 가족들의 따뜻한 추억과 이로 인한 ‘행복’을 갈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태초에 인간에게는 ‘행복’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모든 ‘행복’을 다 가진 인간의 악행으로 인하여 행복을 회수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의 ‘행복’을 회수하여 어디에 감추느냐에 대한 천사들의 회의에서 바다 속, 높은 산 등, 어디에 감추든 인간은 머리가 좋아 금방 찾을 것이라고 판단 한 천사들은 급기야 가장 찾기 어려운 곳으로 인간의 마음속을 선택하여 ‘행복’을 감춰 두었다는 이야기이다.

올 해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143개국을 대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위를 조사해 발표했다. 그 중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118위, GDP 순위는 27위로 나타났다. 또한 행복지수 세계 1위인 파라과이의 GDP 순위는 104위이다. 이것을 볼 때 사람들은 더 잘살고 원하는 욕구가 충족되었다고 해서 다 행복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행복’은 거기, 모든 것이 충족된 그곳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소유에 대한 욕심을 조금씩이라도 줄여나가며, 상대방과 나의 삶을 비교하지 않을 때 비로소 감춰진 행복은 그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는 것 같다.

이번 추석에는 모처럼의 반가운 만남에서 이 순간의 행복에 감사하며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배려하고 격려하는 한마디의 말로 마음속에 숨겨놓은 행복을 꺼내 따뜻하고 푸근한 추석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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