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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작은 문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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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1.12 18:1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강춘 대전서구문화원장
 “마을의 문화는 주민의 행복한 삶의근간이 되어야 한다 ”
 
10월의 어느 날 제법 쌀쌀해진 밤공기에 외투를 챙겨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동네 공원으로 모여들었다. 조용한 산책로였던 수변공원에 무대가 설치되고 화려한 조명이 어두운 밤을 밝혔다. 구에서 동별로 이루어지는 마을축제날이었다. 각 마을축제는 지역민들이 주축이 되어 자발적으로 꾸려나가는데, 늦은 시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주민들의 열띤 반응 속에 진행되었다. 동 규모의 작은 축제였지만 참여하는 이들의 열정과 애정만큼은 높이 살만했다. 
 
2000년대 들어 싹트기 시작한 마을 단위의 문화 활동이 서서히 자리 잡으면서 최근에는 작은 문화를 찾는 이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개인적인 관심이나 동기로 시작된 활동이 동아리나 카페 등의 문화 활동으로 이어지고, 지역에 대한 관심이 모아져 작은 규모의 출판물이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다. 마을 단위의 서점 및 도서관도 여러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간 우리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세계화’를 외치며 문화자원을 국제적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글로벌 시대’에 활발하게 펼쳐지는 마을 단위의 문화 활동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십년을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일까. 층간 소음, 주차문제 같은 다양한 생활민원이 끊이지 않고 이웃은 점차 경계와 갈등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마을은 회사, 도시, 지역으로 나아가기 전에 주민의 기초적인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며 가장 사람다운 공간이어야 한다. 공동체로서의 가치를 점차 잃어가던 마을이 다시금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마을문화가 필요했다. 
 
국가적인 스포츠행사나 관광지 홍보, 지자체 중심의 행사나 여가활동에서 문화를 향유하던 기존의 소비중심적인 문화관에서 벗어나 생산중심적인 문화관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도 마을문화 발전에 바탕이 되었다. 주민의 이해와 욕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강좌를 개설하고 자발적인 기획으로 문화행사, 문화사업 등을 실행하며 일상과 더욱 가까워진 실질적 문화 활동이 이루어졌다. 주민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마을문화는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주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의 장이 되었다. 실제로 마을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개인의 ‘삶의 만족도’ 및 ‘지역에 대한 거주만족도’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된다. 마을과 주민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살아 숨 쉬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화는 궁극적으로 삶이다. 마을의 문화는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행복한 삶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작은 마을이 가진 독특한 지역성과 역사를 간과하는 문화정책보다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들여다보면서 ‘작은 문화’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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