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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울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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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1.19 19:5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용화 이용화플란트치과 대표원장
예로부터 부모는 자식들이 눈물을 흘릴 때 마다 불호령을 내렸고 도가 넘는다 싶으면 가차 없이 종아리를 들었다. 
 
흐느끼는 아이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 남자가 모름지기 눈물을 흘려야 할 때는 일생에 단 세 번뿐이어야 한다며 엄중하게 훈계를 하였다.
 
세상에 처음 태어났을 때와 사랑하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경우, 그리고 나라를 잃게 될 지경에 이르렀을 상황 외에는 못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남에게 약함을 보이지 말고, 매사에 보다 신중하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꽤나 눈물이 많았다. 
 
어른이 된 지금도 눈물이 헤픈 편이어서 텔레비전 화면에 치료비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등장하고, 이산가족이 상봉하여 울부짖거나, 외국에서 시집 온 여자가 어렵게 귀국을 해서 가족들과 껴안고 몸부림을 칠 때면 따라서 울먹인다. 
 
닥친 일이 힘에 겹다 싶으면 전전긍긍하고, 작은 심적 고통만 당하게 돼도 세상 걱정을 다 떠안은 양 호들갑을 떤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의 가르침을 떠 올리며 마음을 고쳐먹어야 하겠다고 다짐을 하건만 그리 쉽지 않다.
 
지금의 나는 특별히 울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먹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는 널찍한 집도 있으며, 건강한 편이라 이것저것 일을 보러 돌아다니거나 여행을 즐기는 데에 아무 불편함이 없다.
 
아내가 사랑을 해 주고 자식들이 걱정을 끼치기 않으며 일가친척들과도 따듯하게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와 응석을 부려도 될 선배가 있고, 어려움에 처하면 도닥거려 주며 기도를 해 주는 교우들도 여럿이 있다. 
이렇게 많은 복을 누리며 살면서도 때로는 먼저 떠난 아버님을 생각하며 서러워하고, 병약해져 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초조해 한다. 또한 의미 없이 보냈던 시간들을 탓하다가 괜히 우울해져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은 보기에 흉할 분만 아니라 결코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그런다고 해서 막혔던 문제가 시원하게 뚫어질 리가 없고 나를 대신해서 슬픔을 껴안고 가 줄 사람도 없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로 좌절하고 닥쳐오지도 않은 내일을 조바심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선인들의 가르침처럼 무엇 때문에 울어야 하는지를 구별하여야 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돈과 명예와 권력에 눈이 어두워 없어질 것들을 탐하였음을 뉘우쳐야 한다. 내 잘못은 바로 알지 못하고 남의 실수만을 탓하려 들고 거짓된 말로 상대를 미혹한 일은 얼마나 되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별스럽지 않은 일로 시비를 걸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를 책해야 한다.
 
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비굴하며 공익을 위하는 척하면서 사욕을 취한 일, 머리로는 음행을 계획하고 가슴에는 독기를 품으며 손으로는 악행을 저지른 것들을 탓해야 한다.
 
이렇듯 수없이 많은 죄를 짓고서도 온전하기를 바라며 회개는 하지 않고, 복 받을 생각만 한 것에 대하여 속죄의 눈물을 흘려야 마땅하다.
 
나는 그동안 자식들을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하고, 조금만 다쳐도 내 살이 찢기는 듯 아파하며,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싶으면 가슴을 두드리며 속으로 울어댔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하겠다. 아이들에게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손을 대어 줌으로써 작은 어려움만 닥쳐도 당황하게 만들었고, 제 손안에 든 것은 꽉 움켜쥐고서도 더 많은 것을 취하려고 나쁜 짓을 해도 꾸짖지 않았음을 안타까워한다.
 
큰 딸에게 일류대학만을 주문했지, 열심히 일해서 나누어 주는 것이 최상의 행복임을 알려주지 않았다.
 
남에게 뒤져서는 절대로 안 되고 그래야만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만 고집하여, 주위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가를 터득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길러왔다.
 
이제까지 저지른 일들로 인하여 앞날에 내 아이들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 더욱 염려가 된다. 
 
산을 마구 파헤친 흙더미 속에 묻히고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낸 약물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갈 자식들의 앞날을 애석하게 생각해야 한다.
 
과학 문명으로 인한 지구의 온난화 현상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이상기온과 지진과 해일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을 바라보면서, 이 시대에 내가 저지른 죄에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후대들을 걱정해야 마땅하다.
 
이제부터라도 잘못 살아온 나를 딱하게 여기고, 그로 인하여 후손들이 겪게 될 아픔을걱정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려야 하겠다. 이것이 오늘을 사는 내가 울어야 할 가장 큰 이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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