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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 전면시행에 대한 소고

하헌선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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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2.02 15:37
  • 기자명 By. 유영배 기자
2016년 새 학기부터 지필고사에 대한 부담 없이 동아리, 진로탐색 등 학생들의 소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다. 중학교에서는 1학년 1학기부터 2학년 1학기 기간 중에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한 학기를 선택하여 운영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진로 탐색과 주제선택, 예술․체육, 동아리 활동 등으로 나눠 한 학기에 170시간 이상(주당 10시간) 편성해야 하며 학생들이 희망하는 진로 체험 활동을 2회 이상 실시하게 된다. 정부에서는 강사 초빙이나 현장학습 비용 등을 위해 학교당 평균 2000만원 내외의 예산을 특별교부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자유학기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으로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를 모델로 했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1년 동안 운영되는 학교 교육과정이다. 자유학기제가 중학교 과정에서 한 학기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정규 교육과정 내 운영모델인 반면에, 전환학년제는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1년 동안 운영되는 학교 교육과정이다.

이와 유사한 모델로는 ‘덴마크의 에프테르스콜레’가 있다. 에프테르스콜레는 덴마크 학생들이 9학년을 마치고 1년간 보내는 기숙형 학교이다. 학생들은 1년 동안 자립심을 키우고 인생을 설계한다. 정규 학제 속에 편입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는 다르지만, 두 나라 모두 국가가 학생들이 자신의 인생을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한다는 점과 행복지수가 높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유학기제 기간에 학생들은 시험 부담없이 ‘왜 공부하는지, 꿈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고, 학력‧진학 몰입에서 ‘인성․진로교육’ 중심으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게 된다.

그러나, 자유학기제가 첫 시범 실시 후 3년 만에 전면 실시됨으로써 졸속 시행이라는 우려가 있다. 학교 밖 활동이 많아지며 학생 안전지도는 물론 지역사회 연계 활동 및 행정업무 등으로 교사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학교 밖 활동 확대와 과중한 업무로 부담이 커지는 학교와 교사의 고충 해소 방안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입시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특정 학기의 지필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학업 부담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으로 사교육 의존도가 더 높아지리라 쉽게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해당 학기 성적이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반영되지 않음에 따라 진로 탐색의 취지보다는 ‘노는 학기’로 인식될 수도 있는 우려도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초등학교의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폐지에 이어 중학교마저 한학기의 중간․기말고사가 없는 자유학기제의 전면 도입으로 혹여 기초학력 형성시기인 초․중학교에서의 학생 학력 약화가 발생될 우려도 좌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 마련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학교 여건을 고려해 학교의 자율 결정권을 줬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학교별로 자유학기제 운영 시기가 달라 불가피하게 전학을 해야 되는 학생의 교육과정의 정상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교육부는 자유학기제 전면 실시를 위해 2016년에 특별교부금으로 학교당 평균 2천만 원 내외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회성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현재 학교운영비도 많이 삭감된 상황이기에 추후 자유학기제 운영 예산 지원이 중단하게 되면 용두사미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유학기제는 우리 교육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될 이상적인 교육정책이다. 가시적인 성과 창출보다는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진로 탐색과 계발활동으로 학생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자유학기제가 운영되어 좋은 정책이 안착될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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