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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왜목마을·아산 외암민속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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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2.30 17:00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지는 해 아쉬움과 새해 설렘을 한 곳에서-당진 왜목마을

 

“…붉게 타다 남은 재까지도/ 몸부림치며/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너, 그렇게 자취를 감추는가…”(김석기 ‘낙조’) 바다가 “꿀꺽”, 해를 삼킨다. 얼마나 뜨거운지 입 주변이 벌겋다. 그렇게 을미년이 가고 있다. 다사다난, 
 가슴에 맺힌 응어리며, 누군가 긋고 간 칼자국까지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묻이는 씻김굿이다.
 
 
산 넘어 산 넘어서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해’)
 
가슴에도 해가 솟는다. 이글이글 화끈화끈.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불끈, 희망이 솟는다. 병신년 새해가 열리고 있다. 매일 뜨고 지는 해이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 지는 해, 새해 첫날 뜨는 해는 감흥이 다르다. 가슴을 두드리는 감동이 있다. 그 감동을 맛보려 도로가 꽉꽉 막히는 체증을 무릅쓰고 해를 보러 간다.  지는 해와 뜨는 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으면 더욱 좋으리, 이렇게 말하면 다들 안다. 낙조와 일출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 당진 왜목마을이다. 아산만과 서해바다 사이 마치 왜가리 목처럼 비쭉 나왔다 해서 왜목마을이다. 
 
동쪽은 아산만이요, 서쪽은 서해바다이니 낙조를 보고 돌아서면 일출을 볼 수 있다.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 비경도를 끌어안고 물드는 낙조는 섬 이름처럼 비경이요, 장관이다. 한순간 바다를 가로지르는 짙은 황톳빛 물기둥을 만드는 일출 또한 맛있다. 해 뜨기 전 푸르스름한 기운이 퍼져나가는‘동살’이며, 순간순간 빛을 바꿔가며 화려하고 장엄하게 솟구치는 동해의 일출과는 다른 가슴을 어루만지는 따뜻함이 있다. 낙조가‘돌아봄’이라면, 일출은‘내다봄’이다. 왜목마을 뒤편 석문산에 오르면 돌아보고, 내다볼 수 있다. 높이가 79m밖에 안 되는 뒷산이지만 이곳에 오르면 달뜨는 것까지‘삼합’을 누릴 수 있다. 바닷가에서 맞는 일출보다 훨씬 강렬하다.
 
31일 열리는‘왜목마을 해넘이 해맞이 축제’는 매년 10만여 명이 다녀가는 우리나라 5대 해돋이 축제다. 올해도 송구영신 축제는 오후 5시에 시작한다. 밴드 공연, 관광객 노래자랑, 가수 초청 공연이 이어진다. 자정에는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에 이어 불꽃 향연이 펼쳐진다. 동이 트면 소원지 태우기, 일출 감상, 떡국 나눔 행사 등이 이어진다. 아침 7시 47분 9초에 해돋이를 보며 소원을 빌 수 있을 거라는 게 기상청의 안내다.
 
축제에 끼려면 서둘러야 한다. 늑장을 부렸다간 막힌 길에서 새해를 맞기 일쑤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수변데크와 야외공연장, 오작교 등 사진찍기 좋은 명소들과 해묻이, 해돋이를 제대로 맛보려면 날짜를 늦추는 것도 좋다. 새해 첫 날 만큼은 아니더라도 감동은 꿈틀꿈틀 가슴을 움직인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붓을 거꾸로 세운 모양의 노적봉(남근바위) 위로 해가 솟아오르는 이른바‘총의 가늠자 일출’을 보고 싶어서다. 이 일출은 2월과 11월에만 볼 수 있다. 
 
고향마을 같은 정겨움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아산 외암민속마을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은 인위적으로 만든 테마파크가 아니다. 500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진짜 민속마을이다. 들어서면 고즈넉한 분위기가 먼저 몸과 마음을 감싼다. 초가 굴뚝에선 연기가 피어오른다. 집집마다 사람이 살고 있는‘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이다.
 
 
 
언제부터 마을이 형성됐는지는 모른다. 500여 년 전에는 강(姜) 씨와 목(睦) 씨가 살았다는데 지금의 마을은 조선 선조 때 예안 이씨(禮安李氏)가 정착하면서 집성촌이 됐고 그 후손들이 번창해 많은 인재를 배출하면서 양반촌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성리학의 대가인 외암 이간 선생이 마을에 살면서 더욱 알려졌으며 그의 호인 외암도 마을 이름에서 따왔다.
 
마을 나들이는‘외암동천(巍岩洞天)’과‘동화수석(東華水石)’이라 새긴 석각과 산석정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충청지방 양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 정원이 줄줄이 들고 난다. 집 주인의 관직명이나 출신 지명을 따 참판댁, 영암댁 등으로 불린다. 문화재급 한옥들이다. 마을 뒷산인 설화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을 끌어들인 연못은‘한국의 정원’으로 유명하다. 6㎞에 달하는 자연석 돌담길이 매력적이다. 옛길을 걷는 듯 느긋한 기쁨을 선사한다. 특히 건재고택의 돌담은 이 민속마을의 백미다.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수림에 마을 경관이 더욱 고풍스럽다. 오랜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물레방아, 빼꼼히 넘어 돌담 안에서 눈이 마주친 강아지, 외암민속마을에선 시선이 닿는 곳곳이 온통 정겨움 투성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취화선’,‘태극기 휘날리며’,‘클래식’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즐거움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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