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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비우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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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1.17 18:5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해가 바뀌어 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시점이 되었다. 허지만 지금 TV를 통하여 재야의 종소리를 듣는 나의 시점은, 걸어온 나의 뒤안길이 부끄러워지는 시점이기도하고 걸어가야만 하는 나의 미래가 설레어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人生事 空手來 空手去(인생사 공수래 공수거)라고 하던가! 사람은 모두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니, 老覺人生 萬事非(노각인생 만사비)라, 늙어서 생각하니 만사가 아무것도 아니며 걱정이 태산과 같으나 한번 크게 소리쳐 웃으며 그만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인간은 어리석기가 그지없다. 多多益善(다다익선)이라 하였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과 초나라 왕 한신의 대화에서 유래된 이 말은 원래는 군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이었지만 지금은 재물이나 부귀 영화를 생각한다. 허지만 반대로 소소익선(少少益善)도 있다. 얼마 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과 이방원의 대화 속에서 개혁에 있어 ‘유혈 소소익선(流血小小益善)’ 즉 피는 적게 흘릴수록 좋다는 말을 하였다.
 
욕심이 많으면 많을수록 친한 벗들이 주위에서 떠나가고 미움과 분노로 가득한 이들이 그 자리를 메꿀 것이다. 무얼까? 자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의 노후가 위태로워 질 것이고, 배 둘레에 햄이 많으면 많을수록 동맥경화증 발생으로 온갖 성인병과 먼저 친해질 것이다. 해석하기 나름인가?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풍요로워질 것이고 인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해 질것이고, 지위는 높아질수록 존경 받을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반드시 다 그러한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잘 버려야 된다. 생각해보면 다이어트는 매우 힘든 여정이라 여겨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서 살을 찌우는 것보다, 좋아하는 음식을 거절하고,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살 빼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 것인가!
 
소소익선(少少益善), 나의 지위가 낮으니 나를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사람도 적을 것이고, 돈이 나에게 풍족하지 않으니 누군가 나에게 빛 보증 써 달라 부탁도 하지 않을 것이고, 약은 적게 먹었으니 부작용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잘 버리는 사람, 잘 비우는 사람이다.
 
요사이 나의 시력이 부쩍 나빠졌다. 사실 2년 전 부터 노안으로 가까운 것이 잘 안보이더니 올해 들어서는 멀리 있는 사람 모습이 뚜렷하지 않다. 허망하다. 진짜로 노인이 된 것 같아 솔직히 슬펐다. “이제는 컴퓨터 보는 시간도 줄이고, 일 욕심도 서서히 버리는 연습을 해야 돼” 동료 교수들의 씁쓸한 이 한마디에 “나 흙수저 물고 나왔거든, 금수저가 아닌데….” 모두가 공감하는 듯 한바탕 웃었다. 돌이켜 보건대 우리네 삶이 너무 여유가 없다.
 
옛날 다윗왕이 세공기술자를 불러 “날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되 거기에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 라고 명했다. 세공인은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으나 거기에 새길 글귀가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 끝에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다윗왕의 명령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였고, 솔로몬 왕자는 세공인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는 글귀를 전하였다.
그래, 10년 후 없어지는 직종 3위가 교수직이라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2016년 현재의 나에게는 This too shall pass away(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글귀를 가슴에 되새기며 비우는 연습을 열심히 하면서 살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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