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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소금마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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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3.07 16:0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기자/수필가
말은 통하지 않는다. 다만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을 뿐이다. 까만 눈동자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도 솔직하게 내미는 작은 손들이 귀여워서 일까. 
 
나보다 조금 더 가무스름한 피부를 보며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이 오버랩 되어 온다. 바로 라오스의 소금마을 아이들을 앞에 두고서다.
 
가이드가 당부를 한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 와도 신경 쓰지 말라는 거였다. 돈이나 먹을 것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르르 몰려들어서는 에워싸듯 다가오는데 피할 만큼 거부감이 생기지 않았다. 낯선 방문자들을 반기는 거라 생각하니 차마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작은 선물이라도 사올 걸 그랬나 싶었다.
 
가방을 들춰 보았다. 마침 약간의 과자들이 들어 있었다. 몰려든 아이들의 숫자는 많고 과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눠주기로 했다. 야단이 벌어졌다. 서로 내미는 손들이 내 턱밑에 까지 다다른다. 함께 간 일행들도 나와 같은 일들을 겪은 후에야 아이들을 벗어 날 수 있었다.
 
라오스에는 바다가 없다. 콕싸앗에 위치한 소금마을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다. 신기한 것은 땅속에서 끌어올린 물에 소금이 녹아 있다는 사실이다.
 
소금의 생산과정은 그 물을 가마에 부어 끓이는 방법인데 약 스무 시간을 거쳐야만 수분이 증발되어 소금으로 완성 된다고 한다. 
 
맛을 보니 열악한 작업환경에 비해 의외로 순도가 높고 품질이 좋았다. 생산양이 많지 않아 자국에서 거의 소비를 해내는 편이라고 가이드가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자연건조의 염전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서 소금이 생산되는 과정은 사나흘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바닷가에 위치한 우리나라 염전과는 이채로운 면이 많았다. 
 
이렇게 소금마을은 관광지가 되어 이방인들의 발걸음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종일토록 그곳을 배회하며 노는 듯 했다. 관광객들이 오면 어디서 그렇게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무엇을 달라고 하는지 의아스러웠다. 그런데 소금가마의 열기와 남루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치고는 눈빛이 맑고 깨끗하게만 느껴졌다. 관광객들을 좇는 아이들에게서 색다른 미래를 내다보았다고나 할까. 
 
순간 오래전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전후세대인 내 자신도 그 아이들만큼 작았을 때는 이방인이 보기에 틀림없이 남루해 보였으리라 짐작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다. 대한민국 아이들의 현실은 제각기 학원이며 오락게임이며 배울 것과 즐길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지금 저 아이들은 우리나라 아이들과 비교해 볼 때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물론 한쪽면만 보고 난 후의 섣부른 판단은 절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력을 실감한다. 으쓱하다. 전쟁을 겪은 민족이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국력이 부강해진 극명한 사실 앞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이 얼마나 좋은 환경에 이르러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들의 환경과 삶이 늦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지구 한 쪽 마을에서 이어지는 여전한 생의 가치가 엄숙하게 가슴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이 신성시하는 소금의 기운을 그대로 지니며 사는 듯 했다. 그만큼 순수했고 때 묻지 않은 모습이었다.
 
소금마을 아이들에게서 밝은 내일을 읽어야 했다. 이제 그곳은 새로운 바람이 바쁘게 불어오고 있는 중이다. 
 
돌아오면서 그 아이들은 나라의 기둥이며 반드시 소금과 같이 귀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의 우리처럼 부강한 나라를 이룩해갈 수 있는 새싹들로 보였다. 
 
비록 지금은 관광객을 기다리는 소일로 놀 거리를 삼고 있지만 훗날 라오스를 이끌어갈 훌륭한 인물들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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