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청원경찰서는 물이 담긴 화장실 욕조에서 숨진 딸 아이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사체유기)로 계부 안모(38)씨를 19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전날 청원군의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안씨의 부인(한모·36) 변사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죽어 진천의 야산에 묻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발견, A씨의 범죄 사실을 확인했다.
안 씨는 경찰에서 "애 엄마(한모·36)가 소변을 못 가린다며 딸을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3∼4차례 집어넣었더니 의식을 잃고 숨졌다"고 진술했다.
친모인 한 씨의 유서에도 "죽일 의도는 없었는데 미안하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 숨진 딸에게 가혹행위를 했음을 시사했다.
안 씨는 또 숨진 딸의 시신을 청주 청원구의 자택 베란다에 수일 동안 방치했다가 충북 진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진술했다.
안 씨는 딸이 사망한 것을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 "만삭이었던 아내가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고 매달려 그랬다"고 말했다.
또 "보육원에 맡겨 놓았고, 아내도 말하지 않아 결혼 전에는 숨진 딸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결혼한 뒤 데려와 기르게 됐다"며 "아내가 임신한 뒤 의붓딸을 평택 보육원에 보낼 생각도 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안씨의 진술에 따라 이 사건을 단순 아동 학대가 아닌 살인 사건으로 폭넓게 수사하기로 하고, 이날 사건 담당부서를 여성청소년계에서 강력계로 이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력한 용의자인 한 씨가 사망했지만 진실 규명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기로 했다"며 "자살한 한 씨를 부검하고, 암매장 딸이 숨졌을 당시 상황을 정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만으로는 안 씨에게 아동 학대와 관련해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모두 피하고 책임을 전적으로 부인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 씨는 사건이 발생한 2011년 12월 중순 오전 8시 출근했다가 오후 9시 퇴근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은 딸 사망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안 씨는 2011년 12월께 당시 네살 난 딸이 숨지자 아내 한 씨와 함께 충북 진천의 한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은 취학할 나이가 됐는데도 미취학한 아동이 있다는 학교 측의 연락을 받은 주민센터 직원이 안 씨 부부의 진술과 행동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아내 한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18일 오후 9시 50분께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 씨는 "가족에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써놓은 뒤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안 씨는 숨진 딸을 5년 전 암매장하고도 '외가에 있다', '고아원에 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다가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암매장 사실을 자백했다.
◇시신 수색 난항
아이의 시신 수색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지난 19일 오전 10시부터 안씨가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밝힌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야산에서 방범순찰대원 등 60명과 굴착기 1대를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시신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경찰은 애초 안씨의 고향이 진천이어서 이 일대 지리에 익숙한 데다, 그가 직접 이곳을 암매장 장소로 택했다는 점에서 시신 수습이 용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암매장이 5년 전 일이고, 새로 농로가 생기는 등 주변 지형이 바뀌어 경찰이 시신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21일 수색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