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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깜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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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3.30 14:5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정 호 백제문화원장

출근길, 끼어들기 하던 차량이 접촉사고를 일으켜 체증이 극에 달했다. “왜 깜빡이도 넣지 않고 칼치기 하는 거예요?” “머리를 들이밀었는데, 박아도 되는 겨?” 원인제공자가 도리어 큰소리친다. 차량사고에 100% 무과실은 없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갇혔는가?  

깜빡이를 잘 넣어야 한다. 깜박이는 깜빡이등을 이른다. 방향지시등, 턴 시그널 램프(turn signal lamp)를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깜빡이라는 언어에 익숙해 있다. 깜빡이는 기본 행위다. 조작이 간단하다. 분당 60번에서 120번 사이의 비율로 점멸한다. 깜빡이는 타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자신의 진로를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깜빡이 없이 끼어들거나 급히 진로 변경을 하는 차는 사고를 야기하기 십상이다.

시그널(signal), 신호는 약속이다. 서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약속이다. 나뭇잎이 흔들리면 바람이 부는 것을 알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도 안다. 봄이 오면 꽃이 필 것을 알고, 꽃이 피면 봄이 왔음을 안다. 자연의 신호다. 자연의 신호가 어긋나면, 천재지변이 온다. 

승객 태우고 칼치기 보복운전을 한 버스기사가 입건되었다는 뉴스에 경악한다. 칼치기가 날로 기승을 부린다. 폭주 오토바이가 차 사이를 칼로 자르듯 지나간다.

사이사이를 비집고 달린다. 차도 그런다.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면서 앞차를 가로질러 간다. 난폭운전 곡예를 한다. 칼치기는 결코 자랑이나 스릴이 아니다. 자전거도 경기를 일으키게 한다. 자전거와 여러 번 부딛힌 적이 있다. 자전거에는 깜빡이 기능이 없다. 자전거는 우측 차선만 이용하고, 우회전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같이 도로를 사용하면서, 위험천만이다. 자전거 깜빡이도 있었으면 좋겠다.

비상깜빡이를 자주 본다. 위험상황에서 비상등을 켜지 않으면 뒤 따라오는 차가 받는다. 고속도로에서 버스들이 자주 비상깜박이를 켠다. 과속단속 카메라 지점에서 친절하게도 비상깜빡이를 켜주는 이들도 있다.

주정차 금지 표시 앞에 비상깜빡이를 켜고, 일을 보는 사람도 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비상깜빡이 애교도 있다.

도로교통법에는 차의 신호와 시기 및 방법이 명시되어 있다. 모든 차의 운전자는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가 끝날 때까지 신호를 하여야 한다. 방향지시등을 넣는 시기는 그 행위를 하려는 지점에 이르기 전 30m(고속도로에서는 100m) 이상의 지점에 이르렀을 때이다. 위반하면 벌점과 범칙금을 부과한다.

지난해 국민안전처가 주관한 안전문화대상을 받은, 대전광역시 교통문화운동 “먼저 가슈”가 정겹다. 배려와 양보, 인간존중 충청도 사투리가 구수하다. “바쁘시면 먼저 가슈. 맘 편히 먼저 가슈. 살펴 가슈.”  “먼저 타슈.” “먼저 하슈.” “먼저 드슈.” 아직은 미흡하지만, 온전하게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정상적으로 차선을 바꾸거나 교차로에 진입하려는 차량에게는 양보해 주어야 한다. 유리창 열고 손을 흔드는 데도, 상향등 켜며 경적 울리고 밀어붙이는 모습은 경박하다. 방향지시등 켜고 차선변경을 하고, 고맙다고 비상등 두세 번 깜빡여 주는 차량은 덜 얄밉다.

좌회전 깜빡이 넣고 홱 우회전 하는 차, 우회전 깜빡이 넣고 홱 좌회전 하는 차, 깜빡이 넣고 계속 직진하는 차는 혼란스럽다.  
길은 원래 사람이 다니는 통로다. 디만, 그 위를 차가 빌려 이용하는 것뿐이다. 급하게 가려하지 말고 물 흐르듯 가야 한다.

사회가 혼란이 가중되는 것도, 칼치기 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편하고 빨리 가기 위해, 목숨을 담보할지라도 난폭운전, 보복운전을 하는 탓이다. 속도 경쟁에 매몰된 우리의 이기적 자화상이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한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간다고 해도, 방향이 잘못되면 그것은 재앙이다. 일정한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 내 인생의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는가? 깜빡이는 정상 작동하고 있는가? 직진인가, 우회전인가, 죄회전인가, 유턴인가? 오래 전부터 비상깜빡이를 넣고 있지는 않는가?

“오늘 저녁 회식 합니다.” 직원들 표정들이 떨떠름하다. “미리 깜빡이 넣어주셔야죠. 느닷없이 그러면 어떡해요?” 아뿔싸! 깜빡이 넣는 것을 깜빡했네. 운전할 때만 깜빡이 매너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깜빡이는 예측 가능한 사전 소통이다. 소통이 안 되면 충돌한다.   

깜빡이 안 넣는 이들은 대부분 상습범이다. 자기 감정대로 홱 핸들 꺾지 말고, 품위 있게 깜빡이를 먼저 넣자. 깜빡이는 장식품이 아니다.

제발, 방향지시등 켜는 습관이 마음에 배었으면 한다.

 

김 정 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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