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법과 그 정신을 왜곡말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09.05.24 19:29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신영철 대법관이 재판권의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해쳤다는 이유로 단독법관회의가 열리면서 사실상의 사퇴를 권유 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단독판사들의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라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개입과 관련한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사법부 안팎의 논란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문제는 단독판사회의에서 논의한 것처럼 신 대법관이 사퇴할 경우 재판권의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런 단독법관회의는 스스로 사법부의 신뢰를 허물고 있는 듯 보여 한편으로 안타까움도 든다. 현재 사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단독판사회의가 그들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 열리는 것이 아닌 이상 그 회의에서 논의되고 요구돼야 할 것은 이 같은 제도적 개선방안이지 특정 대법관의 사퇴가 아닐 것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이미 신 대법관에 대해 권고 취지를 확대 보완해 ‘엄중 경고’ 까지 하는 등 3개항의 조치를 내린바 있다. 그런데도 신 대법관 문제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동료 박시환 대법관은 “지금은 절차와 규정을 지킬 수 없는 혁명적 상황”이라고 주장해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선동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발언은 백보를 양보해도 대법관으로서 이 시점에서 ‘5차 사법파동’과 같은 발언으로 내부 갈등과 혼란의 도를 넘게한 것은 할 말이 아니다. 박 대법관은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은 했으나 민감한 때에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법부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사법부 안팍의 논란이 거칠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 대법관 문제는 정치권으로 옮겨 붙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발의하겠다면서 정치공세의 소재로 삼았다. 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물러날 사람은 오히려 뒤에서 부채질하고 있는 대법관”이라며 “법관의 소양과 자격을 갖추지 못한 비겁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또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친박연대에 신 대법관 비판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신 대법관 문제가 정치권으로 가세돼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되는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위기 상황으로 번져가고 있다. 그런데 현행 법원조직법과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사무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판사회의는 대법관 거취문제를 논의할 권한이 없는 것으로 돼 있다.

때문에 대법관의 신분에 관한 사항은 하급심 판사들의 소관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을 존중해야 할 판사들이 운동권 모임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사법부 및 법관 독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같은 본질적 문제에 관해 진지한 연구 검토를 해야 할 때다.

‘마녀사냥’같은 신 대법관 사퇴압박은 중단돼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기에 사법부 권위와 신뢰 추락을 막기 위해서 사법부 수장(首長)인 이용훈 대법원장의 리더십과 단호한 결단이 필요한 때 다. 오늘의 사태까지 이르게 한 데는 이 대법원장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그런데 안팎의 위기상황을 방치하는 태도는 사법부 수장으로서 문제가 아니할 수 없다. 재판의 공정성 확보와 함께 내부 기강을 세우고 외부의 압력을 막아내 사법권 독립을 견고하게 하는 게 대법원장의 책무다. 이번 사태가 특정집단에 의해 악용돼서도 안되지만 내부 구성원의 총의를 무조건 외면해서도 안 된다.

이 대법원장의 지혜로운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법관이 지켜야 할 덕목은 법과 양심이다. 재판권 독립을 지키려는 소장 판사들의 충정은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 더 이상의 판사회의는 자칫 집단적 실력행사로 비쳐질 수 있다. 일선 판사를 비롯 모든 사법부 구성원들은 위기 상황임을 인식하고 보다 진중한 행동과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또 정치권 등 외부세력도 더 이상 사법부를 흔들어서는 안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이념 대결을 부추기고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사태 수습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사법부 자신부터 법과 그 정신을 왜곡하지 않기 바란다.


임명섭/주필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