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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비만(肥滿)이 살찐 그대에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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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4.26 16:5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 영 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니가 이렇게 된 이유를 모르겠지? 자꾸 딴 데서 찾는 거지? 그럼 날 찾아오면 안 되지 이 사람아. 임마,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사실 위의 대사는 영화 달콤한 인생(김지운 감독, 2005)에서 백사장(황정민)이 자신을 찾아온 김선우(이병헌)에게 한 말입니다.

오늘 말씀드릴 비만에 대한 결론이기도 합니다. 비만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우리, 비만 치료를 밥 덜 먹고 식욕 억제 시켜 하려는 우리, 날씬한 몸매를 동경하는 우리, 반성 좀 해야 합니다.

과체중 환자의 수는 2022년이 되면 2억 7186만 명까지 확대될 전망이며 세계 성인의 27.50%가 비만에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과체중 및 비만 역학 예측 2022. Global Information) 이 정도면 어마어마하죠.

비만에 대해서 잠시 알아보고 갈까요?

비만은 원인에 따라 전체에서 90%를 차지하고 있는 원발성 비만과 2차성 비만으로 분류됩니다. 원발성 비만은 연령, 성, 유전, 식이 및 식습관, 인종, 사회 및 경제적 요인,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위험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반면 2차성 비만은 신경 및 내분비계 질환이나 유전 및 선천성 장애, 약물, 정신질환 등에 의해 유발됩니다.

사실 비만에 대해서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들어오는 것이 나가는 것, 소비되는 것보다 많으면 살이 찐다’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겠지만 이 또한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독일의 비만 전문가인 아힘 페터스 교수는 그의 저서 ‘다이어트의 배신’에서 이렇게 정리합니다. “체중 감량이 자기 억제와 강한 의지의 문제라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다. 체중 증가는 스트레스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에 우리 몸이 장기적으로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이다. 비만 문제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또한, 21세기 들어 의사들은 비만 페러독스(weight paradox : 과도한 지방은 심장질환의 발병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증상 악화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명명한 현상, 칼 라비 박사) 현상에 대해서 아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일단 비만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씩 감이 오고 있죠?

페터스 교수는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을 유전적 성향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합니다. A 유형은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항상 높고 예민한 경우이며, B 유형은 스트레스 시스템에 대한 적응력이 탁월한 경우입니다. A 유형은 만성적인 상황에서 긴장과 경직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뇌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체내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B 유형은 적응력이 탁월한 대신에 다만 체중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체내에서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뇌의 모드가 바뀌면서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더 많은 음식물을 섭취하게 된 결과입니다. 스트레스 시스템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람들이 뚱뚱해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볼 때 이들이 날씬한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 상황을 덜 예민하고 덜 강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속적 스트레스 상황’입니다. 잠시 스트레스 받는다고 살이 찌진 않겠죠.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몸이 적응하는 방법에 의해서 살이 찌게 되는 거에요.

우리 주변에 보면 날씬하고 예민한 사람이 있고 뚱뚱하고 덜 예민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날씬하고 예민한 사람은 스트레스에 대해 반응할 때 그 동력을 체내에서 찾아 항상 긴장된 상태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살이 찔 수가 없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들은 신경질적이 됨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도 손이 떨리거나 힘이 빠지거나 하는 증상을 간혹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 뚱뚱하고 덜 예민한 사람들은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그 동력을 체내에서 찾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 찾게 됩니다. 하지만 뇌로 전달되는 당 대사의 혼란이 생긴 이후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먹어도 그 동력은 뇌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계속 먹게 되는 것이죠.

그럼 B 유형의 사람들은 체중을 감량한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식? 영양제? 식욕억제제? 땡! 땡! 땡!입니다. 스트레스로부터 회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무언가 재밌고, 설레이고, 흥분될만한 것들을 할 수 있게 도와주며, 또한 비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비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비만이 생기게 된 원인을 파악하고 현재의 비만이 몸에 무리가 가는 상황인지 아닌지에 대한 진단까지 할 수 있는 전문가적 조언이 필요합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비만의 치료에 대해서 인지 행동 치료법이나 다른 많은 심리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뚱뚱한 사람들을 자기 관리 못한 사람이나 의지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치부하곤 했지만 사실은 아주 많이 다릅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다른 것뿐 입니다.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을 빼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것은 마치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기제를 스스로 무너뜨려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모른 채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던 것이지요. 우리 같이 한 번 해결책을 찾아봅시다. 도와드릴게요.

 

나 영 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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