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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시 충청의 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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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5.22 15: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상 호 전 천안월봉고 교장
4·13 총선 이후 충청이 떠오르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가 점차 대한민국 행정의 중신으로 성장하는가하면, 정진석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되어 정계의 중심에 서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설에 이어 안희정 충남 지사의 대권도전 의사 표명 등 ‘충청대망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거기다가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의 발탁까지 입법과 행정에서 역량의 발휘가 기대되고 있다. 충청의 가능성이 열리는 시점이다. 
 
충청은 예로부터 청풍명월의 고장, 충절의 고장이다. 청풍명월은 조선 태조가 정도전에게 조선 팔도 사람을 평하라 했을 때, 충청인을 ‘결백하고 온건하다’하여 ‘맑은 바람과 밝은 달’에 비유하여 칭한 것이 오늘날까지 충청인을 표현하는 대표적 말이 되었다. 
 
충청인들은 평상시에는 청풍명월처럼 조용하고 순응적으로 있다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충효와 절의로서 나라를 지키고 되찾는 일에 목숨을 걸었다. 백제의 멸망을 눈앞에 둔 계백은 황산벌에서 충의(忠義)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으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목숨 바쳐 나라를 구했다. 뿐만 아니라 금산 칠백의총이며 유관순 열사의 만세운동 등 수많은 충절의 지사들이 있어 독립기념관도 충청에 세워졌다. 그런 점에서 충청의 정신은 구국의 정신이었다. 
 
지금 나라 사정을 보면, 외적의 침입만 없지 가히 위기 상황이다. 제19대 국회는 여야가 싸움만 하다가 결국 1만7822건의 발의 법안 중 9809건을 자동 페기 시켰고, 계파싸움으로 각종사화(士禍)를 일으켜 조선을 멍들게 한 것처럼, 공천 파동, 계파 갈등 등 수많은 부작용과 오욕만 남겼던 ‘식물 국회’였다.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일자리는 줄어들며, 청년 실업은 늘어나고, 현대조선 등 대형 조선사와 대기업이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고, 도산의 위기에 있어도 정부는 뚜렷한 해법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는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은 점점 군사대국화하면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고, 북한의 핵실험 성공은 우리의 안보를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 그래도 정치인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계파 갈등, 이전투구만 일삼고 있으니 위기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위기는 위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위기를 감지 못하고 대처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기인 것이다. 
 
원래 정치가 바로 서면 나라가 바로사고, 나라가 바로 서면 민생이 살아난다. 정치가 무너지고 분열되면 종국에는 나라가 망하고 민생은 도탄에 빠진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화합과 상생으로 바로서지 못하고, 이권다툼에 몰입하고 서로 불통하고 있다. 이런 위기에서 충청이 부상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닮은꼴이다. 충
청이 구국의 중심이 서 있음이 분명하다. 
 
나는 위기에서 다시 부상하는 충청을 보면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떠 올린다. 사실 올해 초 정치가 엉망인 세상이 답답하여 예산에 있는 추사 고택을 찾았다. 추사가 누구인가. 금석학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김정희(金正喜 : 1786(정조10)~1856(철종7))로써 조선 말기의 문신이요 학자이며 서화가였다. 그는 화순옹주의 손자지만 1840(헌종6)년에 윤상도(尹尙度)의 옥사(獄事)에 연루되어 9년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세한도는 바로 이 귀양살이라는 척박한 삶 속에서 제자의 의리에 대한 감동으로 나온 것이다. 
 
추사의 제자 이상적은 중인신분의 역관이었다. 그러나 추사는 신분의 고하보다는 인간적 의리를 더욱 중요하게 여겨 그를 아껴 가르치고 대했으며, 그 의리에 대한 보답으로 이상적은 유배지의 추사에게 귀한 책들을 구해다 보내 주었다. 추사는 정치적 권력도 없는 영어의 몸인데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의 성의에 감동하여 그림을 그려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세한도이다. 세한도는 비록 간결한 그림이지만, 그 발문에 “날이 차가워 다른 나무들이 시든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가 여전히 푸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공자의 말을 언급한 것처럼 충절과 의리를 강조하고 있다. 나는 이 말이 곧 충청의 정신을 대변한다고 여긴다. 
 
그렇다. 충청 정신의 핵심은 충효와 절의의 정신이다. 이는 나라의 위기 때마다 분연히 일어서 구국의 행동으로 나서게 하는 정신이었다. 지금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정치적 혼란과 민생의 표류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거명되는 충청대망론과 부각되는 인물들이 실족하지 말고, 충효와 절의의 정신으로 올곧게 나아가길 바란다. 아울러 충청인 모두가 추사의 감동과 부탁의 메시지처럼 충절과 의리의 정신으로 뭉쳐 이 나라의 중심에 서 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흔들림 없이 앞장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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