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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멋진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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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5.23 15:1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혜 숙 수필가
마음을 들뜨게 하는 화려한 불빛이 서울의 밤을 수놓고 있다. 
 
가슴 설레며 빌딩 속에 있는 작은 파티 장소로 빨려 들어갔다. 작은 방 한 칸을 가득 메운 친구들이 눈에 띄었다. 화려한 불빛만큼이나 화사하게 차려입은 친구들이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고 있다. 홍조 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다들 행복한 표정이다. 그 대열에 나도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날이다.
 
친구의 회갑연이다. 초등학교 동창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해온 친구. 남편은 오래전에 저 세상으로 갔고 자식을 낳은 적이 없는 친구는 혼자서 씩씩하게 잘살고 있다. 회갑이 뭐 그리 대수이랴 만은 그것은 가족이 있는 사람들의 말이다. 그 친구를 위해 초등학교 동기들이 뭉쳤다.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만나 50년이 넘도록 친구로 이어온 관계다. 우리 친구들은 소박하고 정이 넘치는 것이 시골의 정취와 닮았다. 이기적이지 않고 서로를 아끼며 사랑할 줄 아는 시골뜨기들. 그런 친구들이 마음을 모아 잔치를 벌인 것이다. 화려하고 번잡한 도시인 서울 한복판에서 우리의 잔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친구들이 많이 왔다. 하나같이 친구의 회갑을 축하해주고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서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달려와 준 마음이 넉넉한 친구들을 바라보니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모두 한마음이 되어 외로움을 달래주려는 그 고마운 마음. 각박하다는 세상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다.
 
남편이 없는 그녀를 위해 남자 친구가 업고 파티 장을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자식이 대신할 노래도 불렀다. 그녀를 위하는 일에 누구도 사양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한껏 고조된 얼굴은 진정으로 함께 기뻐해 주는 모습이다. 모두가 음악에 맞춰 맘껏 춤을 추었다. 우리나라 잔치에 음주, 가무가 빠지면 서운하지 않은가. 
 
신명 많은 친구의 가무 속에 얼굴 가득 웃음 머금은 주인공. 그녀가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찡해진다. 가족이 있어 이런 자리를 마련했더라면 더 행복했을 텐데. 언제나 저렇게 웃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눈물이 핑 돈다. 돌아서 눈을 껌뻑이면서 눈물을 지운다.
 
서로 배려하기보다는 시기 질투가 더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남이 잘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기보다는 배 아파하며 뒷담화도 많이 한다. 친구지간에도 사기를 친다거나 이용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남편이란 사람이 아내와 처가 부모님에게까지 많은 돈을 갈취해 달아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가족인데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이해되지 않았다. 가족 간에도 이해 못 할 행동을 한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세상이 왜 그러나 한숨이 나왔다.
 
보이스 피싱이니 사기니 하는 말들이 난무한다. 왜? 무엇이 이렇게 사람을 타락시킬까. 빈부의 격차가 심해서일까. 점점 삭막해지는 세상을 탓해야 할까.
 
이런 삭막한 세상에 우리 친구들을 보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아무런 이해타산 따지지 않고 멀리서 살든 가까이서 살든 달려와 친구를 위해 준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기꺼운 얼굴로 달려와 준 우리 친구들. 시골에서 정 나누며 지내온 아름다운 친구들은 역시 다르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 어깨에 두 손을 얹고서 기차놀이를 한다. 기나긴 기차 행렬이 파티장 안을 돌고 돌며 신명 나게 웃는다. 주인공인 내 친구.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다들 얼굴에 홍조가 꽃처럼 피었다. 
 
함께해서 즐겁고 마음을 나누어서 행복한 순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니 함박꽃 같은 웃음을 짓고 있는 저들이 내 친구라는 것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또 무슨 일이든 우리는 함께 할 것이다. 비록 작은 학교 출신인 시골뜨기지만 정말 큰 녀석들이다.
 
주인공을 에워싸고 둥근 원을 그리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내 친구들은 역시 멋진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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