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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수신제가치국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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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6.01 13: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충청신문=김정호 백제문화원장] 가정의 달 지나고, 호국보훈의 달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겹쳐 떠오른다.

중국 고전 대학(大學)에 나오는 8조목 중 일부다.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화롭게 한다는 뜻이다. 위정자, 즉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큰 배움을 제시한다.

대통령이나 재벌가의 비도덕적 행태를 꼬집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사회지도층의 가족이나 친인척, 주위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 회자된다.

우리는 정치가나 기업가 등 사회지도층에게 혹독하리만치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데 익숙해져 있다. 리더는 올발라야 한다. 나 자신이 바로서야 세상사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도덕 수양의 정도에 따라 긴장과 느슨함, 조화와 균형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되기 전에 수신제가를 완벽히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몸을 닦고 집안을 안정시킨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는 성현의 말씀이 이 시대에도 맞아야만 한다고, 고집하는 이들이 많다. 강요하지 말 일이다. 자기 몸을 잘 닦아서 아무리 잘하려고 할지라도 동시에 가정을 바르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신제가에 목맬 일은 아니다. 자신과 가정, 사회에서 동시에 인정받는 수신제가는 없다. 설사 자신은 깨우쳐서 빛이 되었다손 치더라도 가정과 세상은 어두움에 머물러 있음이다. 친가, 처가 부모봉양에 부부 갈등, 형제 불화가 깊다. 죽은 부모 제사 가지고도 다툰다. 문중에도 개망나니가 꼭 있다.

성공을 위해 자신도 가족도 내팽개치고 내달렸다. 그렇게 성공한 CEO 가정에는 우울증 환자가 많다. 내조의 여왕이라는 칭호도 희생과 헌신의 미묘한 접점에 있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

집안의 불화, 주변의 골칫덩어리를 그대로 놔두고 혼자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가족이라는 인연은 나 자신과 깊은 관계에 있으므로 내 바짓가랑이를 잡는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가서도 샌다. 집에서 접시 깨는 사람, 나가서도 접시 깬다.
인류의 유토피아에 대한 구상은 안락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싹텄다. 가족의 원리를 그대로 사회에 옮겨 놓으면 유토피아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곳이 가정이다. 그러나 가족 윤리가 다 선은 아니다. 가족과 사회의 메커니즘은 일치하지 않는다. 가정일과 세상일은 엄연히 다르다. 가정은 정(情)이라는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지만, 공적인 일에서는 정에 흐르면 망친다.

존경하는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친구 고백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내 몸도 보신 못하고 내 새끼도 못 챙기고, 남의 자식 가르치다니, 부끄럽구먼”

제대로 된 사회라면 개인의 가난과 악, 범죄도 사회가 의당 책임을 상당 부분 져야 한다.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있지 않다. 이기주의를 앞세우면 결코 정의가 아니다. 인간의 본성이 악해서가 아니라, 집단 구조가 사람을 타락시킨다. 과오가 있으면 함께 책임져야 한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유교에서는 모든 출발을 수신에 두었다. 글공부를 하기 전에 먼저 인간으로서의 기본 수양을 쌓아야 한다. 옛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배웠는데, 요즘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배운다고 개탄한다.

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실행 순서를 달리 해석한다. 수신을 제대로 한 후에 가정을 돌보고, 가정을 온전하게 한 후에 치국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거꾸로 작동된다. 국가가 혼란한데 가정을 지킬 수 있는가? 못 지킨다. 집안이 어지러운데, 수신할 수 있는가? 못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수신제가가 미완성이어도 치국은 할 수 있지만, 치국이 안 되면 평천하도 수신도 제가도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핵심은 치국에 있다고 본다.

호국보훈은 아픈 역사와 관련이 있다. 나라를 위한 희생은 고귀하다. 순국선열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나라가 어려웠다는 이야기이다. 개인과 가정, 개인과 국가를 함께 생각해 본다. 호국은커녕 보훈이나 겸허히 하고 있는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할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면 망신(亡身)이요, 가정을 돌보지 아니하면 망가(亡家)요, 나라를 돌보지 아니하면 망국(亡國)이다. 우리는 망신, 망가, 망국을 모두 겪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였다.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당략 싸움에 허둥대는 모습이  여전하다. 믿고 지지해 주어야 하는데, 참으로 걱정스럽다.

평천하가 되어야 가정이 안정되고 수신이 가능하다. 밝고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몸을 추스를 수 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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