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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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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6.13 15:1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기 자 수필가
[충청신문= 김 기 자 수필가] 한낮의 햇살을 맞으며 거닌다. 밝은 기운이 온 몸을 적셔주는 기분이다. 다리가 아픈 줄도 잊은 채 이곳저곳 훑으며 눈요기에 한참동안을 보내기 시작한다. 가끔씩 지나던 길이건만 시야에 담기는 모든 것들이 생경스럽다. 그동안 갇혀 있던 우리에서 빠져 나온 듯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에 취해 들어가고야 말았다. 오늘따라 그 맛이 다른 이유가 왜일까. 문득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이 깊어져 갔다.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자유였다. 그리고 온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볼 수 있다는 사실도 형용 못할 만큼 커다란 자유였다. 분명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만약 몸이 불편하다면 이런 것들을 누릴 수가 있었을까 하는 염려에 젖어들어 갔다. 단순하리만치 가장 가깝고 쉬운 생각부터 떠올리기로 했다.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바깥세상에서 본 모두의 삶이 공평하다는 사실이었다. 더도 덜도 거기서 거기라는 이야기가 실감나고 있다. 때로는 나만의 짐이 무겁다고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였으며 훌훌 벗어던지고 싶었던 충동에 시달려 왔었다. 그래도 나름 다독이며 이탈하지 않았던 날들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지금의 이 기분이 그 때의 시간을 보상 받는 것 같아 한편 푸근하다.
 
정신없이 살아왔다. 주변을 돌아볼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남들처럼 모든 것을 여유롭게 누리며 살기에는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이제 인생의 가을에 들어선 후에야 한가하게 돌아볼 겨를을 찾았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눈에 뜨이는 풀 한 포기, 발끝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에도 의미가 있었으며 정감이 서려 있었다.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으로 행복하기도 하며 불행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자유를 만끽하며 그 속에서 나를 다시 찾게 되었다. 세상의 테두리 안에서 여지가 없을 만큼 모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보면 볼수록 귀하게 다가왔다. 나도 그중에서 함께 물결을 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늘이라는 선물이 더욱 값지고 새롭기만 하다. 충분한 의욕을 일으켜주고 있다. 작고 소소한 것에서 커다란 기쁨을 발견하게 된 셈이다.
 
나는 고립되지 않았다. 외롭지도 무겁지도 않은 날들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며 합류하기에 애써온 결과인지도 모른다. 더불어 스치는 어떤 사물에서도 인격체처럼 끈적임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런 마음을 품고 나니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기만 하다. 고개 들어 볼 수 있는 광활한 하늘과 땅, 호흡 할 수 있는 무한정의 맑은 공기만으로도 계산 못할 만큼 고마운 자유였다.
 
틈틈이 비우는 쪽을 택하리라. 조금은 손해 보는 인생이라 할지라도 그냥 걸어가리라. 지나온 날, 때로는 아등바등하며 삭막하게 달려가던 자화상을 어찌 모른다 하겠는가.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의 달력을 급하게 넘기면서 조금씩 빠져들던 허무감이 이제야 물러가는 듯한 기분에 다다랐다. 새로운 나를 만난 듯 반갑기만 하다.
 
지금 곁에 남아있는 것들을 둘러본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제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며 나를 웃게 하는 상징들이 고루고루 건재해있다. 함께 늙어가는 옆 지기, 바라만 보아도 기분 좋은 자식과 또 그의 분신들, 우리는 아담한 꽃밭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평범한듯해도 그것이 나를 살게 하는 첫 번째 이유였다. 고비 고비 세상의 언덕을 넘을 때마다 손잡고 넘어온 성스런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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