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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불통과 왜곡된 사랑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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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6.26 15:2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상 호 전 천안월봉고등학교 교장
[충청신문=이상호 전 천안월봉고등학교 교장] 리어왕은 노인이 되자 왕국을 세 딸에게 나누어 주고, 세 딸들의 왕국을 순회하면서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꿈을 꾼다. 그러나 리어왕은 오랜 권좌와 독단적 생활이 몸에 익어 충성심에만 눈이 멀어 있었다. 
 
가식적이고 욕심 많은 첫째 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건의 입에 발린 사랑 맹세에 눈이 멀어 그녀들에게만 왕국을 나누어 준다. 애지중지 사랑하던 딸 코델리어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코델리어는 아버지에게 입에 발린 사랑과 충성을 맹세하지 않고 담담하게 대한다. 리어왕은 서운함과 분노로 코델리어에게는 한 푼의 지참금도 주지 않는다. 코델리어는 빈 털털이가 되어, 재산을 보고 청혼한 버건디 공작을 당당하게 거절하고, 욕심 적고 정의로운 프랑스 왕과의 결혼을 받아들인다. 
 
리어가 두 딸에게 왕국을 나누어 주자, 첫째 딸 고너릴은 올바니 공작과 왕국을  독차지 할 음모를 드러낸다. 둘째 딸 리건 역시 콘월 공작과 언니처럼 왕국을 몽땅 차지하려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야심과 음모는 절정에 이른다. 
 
둘째 딸은 언니에게 독살 당한다. 리어왕도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결국 리어왕을 구하러 온 사람은 자신이 버리다시피 한 막내딸 코델리어와 광대뿐이었다. 코델리어는 아버지의 위급한 소식을 듣고 프랑스 왕과 함께 아버지를 구하러 군대를 동원해 가지만 늦었다. 그녀는 전쟁에 패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리어왕은 최후를 맞이해서야 코델리어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으며, 광대가 충성스런 자였음을 깨닫는다.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리어왕은 모든 것을 잃고 죽음을 맞이한다. 
 
역사상 불통은 파멸을 초래하고 소통은 발전의 길을 닦았다. 불통은 일을 망치고 자신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다. 연산군은 진언하는 신하들이 귀찮아 ‘입을 닫으라’는 명패를 목에 걸고 다니게 했다. 그것도 성이 차지 않아 자신을 진심으로 지켜주는 신복 하선까지 바른 말을 한다는 이유로 직접 처단해 버렸다. 결국 연산군은 중종반정에 의해 쫓겨나 강화로 유배되고 죽었다. 뒤늦은 후회는 소용없었다. 권좌는 항상 눈을 멀게 할 수 있다. 연산군의 중심에는 신하나 백성은 없고 오직 자기와 분노만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은 소통의 왕이었기에 반대의 의견도 겸허하게 들으며 선정을 펼쳤다. 문화가 발전하고 백성들의 삶이 넉넉해 졌으며 추앙을 받았다. 그의 중심에는 자신이 아니라 백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이 되었다. 
 
불통의 옹고집쟁이 중심에는 자신만 있고 타인(백성, 국민, 부하직원, 동료)이 없다. 감언이설에는 귀가 얇다. 리어왕은 입에 발린 충성심에 귀가 얇아 충성스런 자의 말을 듣지 못했다. 충성스런 자야말로 달콤한 말만 아니라, 쓴 말도 할 수 있음을 몰랐던 것이다.  
 
소통과 사랑의 관계를 보면, 소통은 진실한 사랑을 키우지만 불통은 왜곡된 사랑을 키운다. 소통하는 자는 입에 발린 충성과 사랑을 구분하지만, 불통하는 자는 왜곡된 사랑에 빠진다. 소통하는 자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불통하는 자는 겉모습에 매료되어 진실한 말을 거부한다. 소통하는 자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불통하는 자는 잘못을 타인에게 돌리고 잘한 일은 모두 내가 한 일이다. 셰익스피어는 ‘신은 당신의 내면을 볼 수
있지만 인간은 당신의 내면을 보지 못한다.’는 말로 편협 되고 왜곡된 인간의 모습을 꼬집었다. 
 
부부간의 불통은 이혼을 부르고, 가장의 불통은 가족 간의 불화를 초래하고 가족을 해체시킨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불통이면 고집의 정치를 하게 되어 주변에 이기심 가득한 자들만 들끓어 언로를 차단하고 분열과 권력투쟁을 부른다. 최후에는 자신도 그 늪에 빠진다. 리어왕은 불통과 왜곡된 사랑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준다.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에서 패배했다. 그 원인은 불통과 계파정치의 왜곡된 사랑의 결과였다. 후보자의 정치력이나 국민 지지도보다 당과 권력에 대한 충성만을 잣대로 평가하여 공천한 결과였다.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내적 분열과 진통은 꼴사나웠다. 국민들은 그들에게 등을 돌렸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되었지만,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7명의 복당을 두고 또 파벌의 골이 깊다. 어쩌면 복당의 과정에서도 불통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초기부터 공기업 개혁을 부르짖었으나 이제 물 건너갔다. 경제는 흔들리고 청년 실업은 늘어난다. 그 책임이 국회에 있다고 계속 강조했다. 물론 국회도 책임 있었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된 신 공항건설 문제는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지으며, 정부에 대한 불신과 지역 간의 불화만 키웠다. 여기에도 다양한 소통의 부재였다. 총선 패배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소통을 다짐했다. 그동안 불통의 대통령이라고 규정되다 시피한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한 것은 의미가 깊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간의 당권 경쟁 속에서 청와대와의 제대로 된 소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가 걱정스럽다. 
 
소통의 국가, 소통의 정치, 소통의 사회, 소통의 가정이 되어야 한다. 소통을 위해 중심에 선 지도자(대통령, 사장, 가장 등)의 열린 마음과 소통 능력이 절대 필요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임기동안 소통의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하며 소통의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불통과 왜곡된 사랑의 끝은 파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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