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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모기도 낯짝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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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6.29 15: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충청신문=김정호 백제문화원장] 두 돌배기 손녀가 모기에 물렸다. 속상하다. 모기에 물리면 상처가 나고, 가렵다. 아기 침대와 유모차, 캐리어에 모기장을 쳐야 한다.

모기에 잘 물리는 대상은 임산부, 어린아이, 땀을 잘 흘리는 사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다.

여름철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것은 더위와 해충이다. 인간을 괴롭히는 해충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어느 것도 모기에 비할 수는 없다.

일부 모기는 심각한 질병을 매개한다.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황열, 상피병, 최근에는 지카 바이러스가 무섭다.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생물 1위에는 모기가 꼽힌다. 정복왕 알렉산더 대왕도 모기에 물려 죽었다. 정확히는 모기에 물린 후 말라리아에 걸려 죽었다. 말라리아는 한 해에 1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였고, 지금도 죽이고 있다. 우리말은 학질이다. ‘학을 떼다’는 말이 유래했다.

모기(mosquito)는 절지동물·파리목·곤충류로 분류된다. 약 1억7000만 년 전에 등장했다. 전 세계에 3500여 종이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56종이 서식하고 있다. 일반 모기의 크기는 15㎜ 미만, 무게도 2㎎ 정도로 작다. 활동온도 14∼41℃, 비행 높이 한계 8m(건물 3층 높이)다. 2m 앞도 못 보는 근시지만, 30m 밖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뛰어난 후각을 갖고 있다. “11층 고층 아파트인데, 겨울에도 모기가 살아요!” 황당한 진화다.

모기는 비가 오거나 밖의 기온이 낮은 경우 집 안으로의 침입이 두드러진다. 창과 문에 방충망을 설치하여 모기 침입 통로를 봉쇄하여도, 어느 틈새론가 들어온다.

모기의 특질은 뭐니 뭐니 해도 공격력이다. 야외 운동 후 한 곳에 정지 상태로 있으면 모기로부터 포위된다. 모기의 공격력은 집요하다. 수십 마리 떼 지어 달려든다. 풀숲에는 주간에도 공격이 거세다.

대부분의 모기는 꽃의 꿀이나 나무의 수액을 먹는다. 온혈동물의 피를 빠는 것은 3500여 종 모기 중 10% 가량, 그 중 산란기의 암컷이다. 교미 후 수정란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생존본능이다. 제 몸무게의 3배까지 흡혈한다. 수컷은 피를 빨지 않는다.

모기와의 전쟁에서 인간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끈끈이, 모기향, 스프레이, 전기 살충기, 초음파 퇴치기, 전자 포충기, 전자 모기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기를 동원하고도 이지기 못한다.

올해 새로운 풍속도 중 하나는 가습기 사고 이후 친환경 모기 퇴치 흐름이 번지고 있다. 방충망, 모기장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천연 기피제, 모기 퇴치 식물이 인기다. 화학 방충제의 잠재적 건강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불신의 수위를 넘었다. 모기가 싫어하는 천연 냄새는 국화, 계피, 마늘, 민트, 오렌지,레몬 향을 꼽는다.

생활주변에서 모기유충 서식지를 없애야 한다. 웅덩이, 하수구 뿐 아니라 화분, 폐타이어, 빗물받이를 말려야 한다. 모기는 고인 물에 알을 낳는다. 흐르는 물에는 알을 낳지 않는다.

모기의 천적에는 박쥐, 잠자리, 거미, 사마귀가 있다. 엽기적이지만 동굴 박쥐 배설물에서 채취한 ‘모기 눈알 요리’도 있다.
모깃불의 추억이 아련하다. 모깃불은 쑥이나 풀로 매운 연기를 내어 모기를 쫓는다. 마당에 멍석 깔고, 할머니 무릎 베고 누워, 별 바라보며, 살랑살랑 부채질에 잠들었다. 시골집 벽지에는 모기 피가 얼룩져 있었다. 보건소 방역차 연기 뒤를 신나게 따르던 풍경도 선하다.

모기 발생 상황을 지수화한 ‘모기 예보’가 있다. 경보 발령이 뜬다. “모기 보고 큰칼 뽑으랴” 큰칼 뽑아야 한다. 작다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모기소리가 작다고? 귓가에 왱왱 거리면 비행기 엔진소리보다 더 크다.

닭장 속에는 닭, 새장 속에는 새, 모기장 속에는 모기? 난센스다. 사람이 스스로 갇힌다. 만물의 영장 인간의 도피처, 그래도 모기장이 최고다.

“모기도 낯짝이 있지” 어린아이를 물다니! 모기에게 낯짝을 기대하는, 낯짝 없는 인간이 민망하다.

올 여름 모기는 유난히 극성이라는데 걱정만 크다.

그나마 잠자리가 날고 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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