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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멍 난 학교 급식 관리, 학부모는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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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6.30 15: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쯤 되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재료로 성장기에 걸맞은 영양가 있는 점심을 제공받고 있는지, 위생적이고 잘 조리된 급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지…. 대전지역 학교들의 급식 얘기다. 봉산초등 학부모들이 불량급식 문제로 집단 시위를 벌인 게 엊그제인데, 급기야 동산초등 학생들이 식중독으로 의심되는 증상으로 단체 결석을 하면서 교육청은 물론 위생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28일 동산초 학생 34명이 설사와 복통 등 식중독 의심 증상으로 결석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처음 조사할 때는 70명이 증세를 보였으며, 2명은 심한 장염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식중독 발생은 학교급식 위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앞서 불량급식 문제를 제기하며 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인 봉산초등 학부모가 SNS에 올린 급식 음식 사진들은 누리꾼들의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수에 빈약한 닭꼬치 하나, 수박 2개와 단무지 2개가 전부인 메뉴에 시민들은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해당 학교와 교육청을 상대로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봉산초 급식문제는 부실한 음식과 일부 조리원의 막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동산초 식중독 사태와 맞닿아 있다. 봉산초 학부모들이 급식실 위생 상태를 점검했더니 식탁, 배식대, 도마 등에서 오염 안전기준치(150~200)보다 17배~33배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고 한다. 학생들은 밥과 국, 반찬에서 머리카락, 휴지, 벌레, 손톱 등이 나왔다고 응답했다. 위생상태가 이 정도라면 그간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4월 식중독 예방에 중점을 두고 학교급식 위생점검을 했다. 지난달 13일에는 각급 학교에 식중독 예방 관리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고 되도록 가열 조리해 제공하고 날음식과 익힌 음식은 구분해 보관하며 조리기구는 열탕 또는 염소소독으로 철저하게 세척 소독하라는 내용이다. 시와 구청도 새학기를 전후해 학교급식을 점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식중독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났다. 상부에서 아무리 경각심을 불어 넣어도 일선 학교에서 급식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바짝 신경을 쓰지 않으면 말짱 헛구호에 불과하다.
 
사실 식중독 사고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식자재 공급업체들이 제대로 된 재료를 공급하고, 급식 업무 담당자들이 위생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면 식중독 사고를 쉽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봉산초 불량급식과 동산초의 식중독 사고는 그럼에도 식재료 및 위생관리에 학교와 업자의 인식이 여전히 낮음을 보여준다. 속된 말로, 먹는 걸 갖고 장난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국민건강을 해칠뿐더러 정서상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학교급식은 한 끼 때우는 구휼사업이 아니다.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평생 동안 가져갈 식습관을 길러주는 일이며, 단체 식사를 통해 예절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것은 또 결식아동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학교 급식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기 어렵다. 이게 어렵다면 한 가지만 생각하자. 내 자식, 내 손자가 먹을 음식이라는 거. 그리 여긴다면 부실하고 비위생적인 음식을 내놓진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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