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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물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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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7.11 14:3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기 자 수필가
[충청신문=김기자 수필가] 장마가 시작이다. 연일 매스컴에서 쏟아내는 소식에 마음을 졸인다. 비가 와서 불편하다기 보다는 그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가 여간 걱정이 아니다. 시뻘건 물이 사람을 위협하고 있다. 마치 진노한 폭군처럼 다가와 불안함을 안겨주니 무섭기까지 하다. 거침없이 산하를 집어삼키듯 소용돌이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자연 앞에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메말라 있는 대지를 적시어 줄 단비는 반갑기 그지없다. 그러나 온 땅이 잠길 만큼의 많은 비는 필요이상으로 재난을 몰고 와서 이렇듯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준다. 어릴 때는  비가 내리면 그저 좋았다. 어른이 된 후로는 그런 낭만 보다는 현실에 와 닿는 문제에 적잖은 우려를 갖는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안 되는 기막힌 관계에 놓여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물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를 지녔다. 갈증이 일어날 때 시원하게 목을 축여주는 맛있는 물은 그 가치를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또한 생활과 관련된 여러 용도로 쓰임새가 귀할 뿐더러 부족함에 이른다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귀한 물을 아끼는데 있어서 때로는 모두가 소홀하다. 무의식적인 습관에 젖어서 절실함을 깨닫지 못한 채 살고 있으니 언제까지 우리 곁에서 머물러줄지 생각해 볼 일이다.
 
꽤 오래전 어느 분의 얘기가 떠오른다. 당신의 며느릿감을 대중목욕탕에서 고른다는 조금은 생경한 표현을 듣게 되었다. 가볍게 웃었지만 함부로 다루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 들였다. 그분의 말이 지금에 와서 더욱 새롭다. 물이 우리를 떠나갈까 염려스러운 가운데 사람들이 혼탁케 하여 아파하는 물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이다. 지구촌 곳곳에는 물이 부족하여 고통 받는 민족도 있지 않는가.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지 돌아보며 감사해야 할 일이다. 
 
어릴 때는 우물물을 먹었다. 밤새 고여 있던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던 그 아침은 아직도 맑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물로 인한 정서가 있었다. 돌아볼수록 그윽했던 맛도 잊을 수 없던 시절이다. 빨랫감은 동네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거나 아니면 얕은 시냇가를 찾아서 해야만 했었다. 돌아보면 우리만의 고유한 삶이 서려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지금은 식수를 사 먹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제 곁에서 무한정 공급되는 물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가 인식해야할 시점이다. 깨끗한 물은 점점 제한되어가고 있다. 생활 속에서 지나치게 사용하는 갖가지 세제들로 인해 하천의 생태는 죽어가고 있으니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원인 제공자인 셈이다. 편리함과 동시에 뒤따르는 피해가 커져만 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내고 되돌려 받는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물의 소중함을 자각해야 한다.  
 
물의 역할과 쓰임새에 대해 깊은 의미를 짚어본다. 오염된 하천, 혼탁한 마음까지도 정화시키는 귀중한 속성에 대하여 더욱 귀한 보물임을 강조하고 싶다. 가끔씩 삶이 복잡할 때면 물처럼 흐르며 지내고 싶기도 하다. 모든 것에서 벗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유롭고 초연한 상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순수한 영혼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물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남아있는 고마운 물이 아직 곁에 있다. 이제 우리를 위해 또 후손을 위해 물을 보호하고 사랑해야 하는 절실함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우선 생활습관부터 여러 가지에 걸쳐 고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물에 대한 예우가 있었으면 한다. 물과 사람의 관계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을 돌아본다면 반드시 고마움의 응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곧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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