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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동(大同)과 합력(合力)을 향한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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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7.24 19: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상호 전 천안월봉고등학교 교장

계속되는 폭염은 서민들을 살기 힘들게 한다. 있는 사람들은 각종 냉방기기를 이용한 폭염 해결책을 강구하겠지만, 서민들은 그렇지 못하다. 거기다가 그 폭염 해결책이 쏟아내는 인공 열기는 서민을 더 힘들게 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 이 사회는 공존공영을 위한 대동(大同)과 합력(合力)의 사회는 아닌 것 같다.

제20대 총선이 끝나고 각 정당은 화합을 다짐했고 계파청산을 부르짖었다. 대화정치를 표방했고, 소통과 합치(合治)를 주장했다.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소통할 것을 천명했고, 국회의원들은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안된 지금 그런 호언장담은 사라져 가고 있다.

사드배치는 절대 필요하다지만, 절차에 문제가 발생했다. 성주군민들의 사전 이해와 설득 없이 기습 강행한 탓에 총리가 계란 세례를 맞는 등 갈등과 성주군민의 소외감까지 느끼게 만들었다.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 대회가 계파 간 ‘폭로전’과 ‘난타전’으로 얼룩지고 있으며, 총선 백서를 두고 ‘분칠논란’을 하고 있다. 거기다가 현대차 노조를 중심으로 한 강력 노조들은 하투(夏鬪)를 시작하여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그야말로 분열과 투쟁의 여름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선을 망친 것은 붕당정치의 변질과 합치의 결여이다. 골이 깊어진 붕당 정치 속에서 노론의 지지를 받아 등극한 영조는 붕당의 폐해를 없애려고 안간힘을 썼다. 심지어는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굶어 죽게 하는 천륜까지 저버리면서 감행한 탕평책은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어렵게 등극한 정조는 수많은 암살의 위협에도 탕평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왕권의 강화를 통한 계파를 초원한 합력의 정치를 했다. 인재를 고루 등용하면서 대동과 합력의 정치를 하여 조선의 문예부흥기라 할 만큼 나라가 안정되고 문물이 발전했으나, 원인 모르게 병약하여 죽은 정조 이후, 풍양 조씨의 뒤를 이은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는 조선 정치를 소수가문의 정치로 전락시켜 붕당정치보다 더 처참한 위기로 몰아갔다.

이 시대에 대동과 합력을 바라며 서민들의 삶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화가 김홍도가 있었다. 그의 풍속화 중에서 특히 돋보이는 [씨름]은 ‘대동(大同)과 합력(合力)을 향한 소망’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모두 22명을 마방진으로 배치하여 시선을 씨름하는 중앙의 두 사람에게 집중시키고 , 양반, 평민, 중인, 엿장수 등 모든 신분이 편안하게 어우러져 있다. 씨름은 양반과 평민의 대결로 보여 진다. 가운데 씨름하는 두 사람 중에서 양반이 번쩍 들린 것을 보면, 승자는 틀림없이 평민이다. 양반이 평민에게 짐으로써 평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합력하여 풍년을 기린다고 볼 수 있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아주 소박한 그림 속에서 난 나라의 대동과 합력을 향한 김홍도의 소망을 읽는다. 당시 사회는 양반과 평민의 갈등뿐 아니라, 가진 자의 수탈이 심했으며, 정치적으로는 기득권 차지를 위해 암투전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이런 세상에서 그가 바랐던 것은 모두가 어우러져 대동하고 화합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양반과 평민의 대동과 합력을 위해선, 기득권을 가진 양반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그것은 양반이 씨름에서 지면서도 웃고 즐기며 베푸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평민들은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한다. 씨름에서 김홍도는 대동과 합력을 위해선 배려와 수용의 미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나라가 화합하기 위해선 최고통치자를 비롯한 지도층부터 화합해야 한다. 가정이 화합하기 위해선 어른부터 화합해야 한다. 위에서 화합하지 않고 아무리 화합을 부르짖어봐야 공염불이 된다. 사실 국론을 분열시키고 화합을 깨뜨리는 것은 평민이 아니라 지도층이다.

대동과 화합은 살 길이고, 분열과 투쟁은 파멸이 길이다. 지금도 이 나라는 최고위층들의 불통과 고집의 정치, 계파간의 기득권 획득을 위한 암투, 진경준 게이트 같은 권력형 부정과 비리가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거기다가 사드 문제, 노동계의 하투(夏鬪) 등 분열과 투쟁은 서민들의 여름을 폭염보다 더 가혹하게 한다. 곳곳에서 대동과 합력이 아니라, 분열과 투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홍도가 오늘에 살았다면, 힘 있는 권력자, 가진 자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화합의 손을 내밀며 져주고 베풀어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국민들은 그것을 기쁘게 수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씨름]을 그렸을 것 같다.

대동(大同)과 합력(合力)의 대한민국, 대동(大同)과 합력(合力)사회, 대동(大同)과 합력(合力)의 가정을 위해 기득권을 가진 자가 내려놓고 배려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 서민들도 여름 폭염을 이길 용기가 나지 않을까?

이상호 전 천안월봉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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