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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인격과 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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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7.27 16: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충청신문=김정호 백제문화원장] 사물마다 격(格)이 있다.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품위를 뜻한다. 격식, 자리, 지위와 같은 말이다.

언어를 공부할 때, 격 때문에 골치를 썩이는 경우가 많다. 격이란 문장에서 그 말이 하는 역할이다. 주격, 목적격, 소유격, 여격, 호격, 관계대명사의 격 변화 등등, 제격을 찾는 일은 어렵다.

격은 자격을 뜻하기도 한다. 경쟁 입찰을 하거나 적격자를 선발할 때 자격심사를 한다.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부제를 단 ‘남자의 자격’이라는 TV 프로그램도 있었다. 교사자격증, 의료자격증 등등 자격증 시대다. 자격정지, 자격상실이라는 명예형도 있다. 

“선배는 하늘님과 동격이다” 신격화를 강요한 술자리 추억도 있다.

사람의 격은 인격(人格)이다. 인격은 인간을 인간되게 만들고, 동물과 구별되게 한다.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한 격은 매혹적이다. 운치 있는 격조 높은 사람이나 예술작품을 만나면 행복하다. 
나는 퍼스낼리티(personality)와 캐릭터(character)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세상은 다양한 인격적 존재로 이루어졌다. 자율적인 인격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인격주의자는 아니지만, 사람에게 내재하는 보편적 인격을 믿는다. 휴머니즘 신봉자는 아니지만, 인격을 억압하는 물질, 사회, 체제, 폭력, 전쟁 등에 대해 저항하는 이유다.

삶의 격, 품격 있는 삶은 존엄성에서 출발한다. 존엄성은 인간의 가장 큰 정신적 자산이지만, 삶속에서 가장 위협받기 쉬운 가치이기도 하다. 약자는 강자에게 굴복하게 되어 있다. 독립하지 못하면 존엄성은 상실되기 쉽다. 종속, 구결, 굴욕이다. 존엄성을 파괴하는 것에 대해 각성해야 한다. 인격 모독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중인격, 다중인격, 인격 장애, 인격 파탄은 중증질환이다. 개인의 삶을 경제적으로 사고파는 구조다. 절대적으로 넘어서는 아니 되는 경계가 있는가? 도덕적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채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인 이들도 인격체로 대우해 주어야 하는가 하는 회의마저 든다.

해야 할 일이 있고, 해서는 아니 되는 일이 있다. 해야 하는데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할 수 밖에 없는 일이 있다.

나라에도 격이 있다. 국격(國格)이다. 지난 정부 때는 국격 캠페인으로 몸살을 앓았다. 국격의 선결조건은 국력이라고 하지만, 국력에 비례하지는 않는다. 군사, 경제가 전부 아니다. 배려, 양보, 관용과 같은 것들을 추구하지 않고는 높일 수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지도층의 가치인 나라, 자국의 문화와 역사에 자긍심을 갖고 보호 발전시키는 나라여야 한다.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탈 때 무너져 내린 국격, 세월호 참사에 꽃봉오리와 함께 가라앉은 국격….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국민 개개인의 인격과 한 나라의 국격, 국격은 인격의 집합체인가? 외국 여행을 하며, ‘어글리 코리안’이 국격을 떨어뜨린다고 수치스러워 한다.

광복 71주년이다. 그 때 우리는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독립은 분단으로 이어졌다. 남한에서는 ‘광복절’이라 하고, 북한에서는 ‘민족해방기념일’이라고 한다. 남한과 북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것이 현실이다. 남한은 광복 겸 정부수립을 기념하고, 북한은 민족해방을 기념한다. 사드 배치로 시끄럽다. 남북 대치, 미국·일본·중국 틈새에 끼어, 꼴이 말이 아니다. 부패지수, 민주화지수가 엉망이다. 인격이 파탄된 이들에게 중심축 역할을 맡기는 나라, 골치 아프거나 불편한 사건은 덮어 넘기는 나라는 국격을 유지하지 못한다. 광복절 특별사면에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경제계 인사를 포함한다고 한다. 그들에게 다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것이 흔쾌하지 않다.

지금, 우리는 인격도 위험하고 국격도 위험하다. 격을 갖추어야 한다. 생각의격이 다르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하다.

극단적인 체제경쟁논리가 복원되고 있다. 뭔가 퇴행하고 있다는 불편한 느낌이 든다. 논쟁에도 격이 있다. 음주가무에도 격이 있다. 패설에도 격이 있다.

“격을 따지지 말자”고 말하는 풍류들이 설치고 있다. 그것은 창조적 ‘파격’이 아니다. 속됨일 뿐이다.

자기 자신을 높이면 격은 내려가고, 자기 자신을 낮추면 격은 올라간다고 한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다. 툭 하면 비리, 의혹, 동영상, 녹취록 폭로다. 인격과 국격이 함께 더위 먹을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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