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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효자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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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8.08 16:4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기 자 수필가
[충청신문=김기자 수필가] 요즘 들어 양쪽 팔이 부자연스럽다. 가끔씩 이어지는 통증으로 인해 병원치료가 잦은 편이다. 나뿐 만은 아니다. 얘기하다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 그렇다고들 한다. 기계도 오래 쓰다보면 당연히 고장 나고 닳아지는 터 하물며 사람도 오죽하겠냐는 얘기들을 나눈다. 늘 건강하고 생기 왕성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직접적인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부모님의 세대가 지나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내 나이와 생전의 부모님 나이가 엇비슷한 때에 내 몸 이곳저곳이 부실해지기 시작했으니까.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예전 같으면 스스로 팔을 뒤로 젖혀 해결하곤 했다.
 
이제는 어려워 졌다. 옆에 남편이라도 있으면 도움을 청하건만 그도 아닐 때는 난감한 상황이 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렴풋하게 효자손이라는 물리적 도구가 떠올라 무릎을 친다.
 
어릴 때는 그 것이 방안에 돌아다녀도 필요의 가치를 몰랐었다.
 
드디어 시장 주변을 맴돌다가 효자손을 발견해 냈다. 대나무로 만든 적당한 길이에다가 끝부분은 구부린 손처럼의 모양새까지 갖추었으니 전과 다르게 무척이나 정겨운 느낌이다. 주저 없이 들고서 값을 치렀다. 더구나 효자손의 다섯 손가락 크기까지 섬세하게 빚은 것을 보고서 감탄을 연발해낸다.
 
집에 와서 눈에 잘 뜨이는 곳에 두었다. 내 등이 가려워도 저 손 하나 있으면 쉽게 해결할 것이라는 생각에 안심이다. 별 관심도 없던 물건에 오늘은 왜 이리 애착이 가는지 모르겠다. 그보다 더 효자손이라고 붙여진 이름의 의미가 더 흥미롭다. 생명이 없는 대나무에게 사람의 지체인 효자손이라는 호칭을 누가, 언제부터 그렇게 불러왔는지 궁금하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는 점점 건조해져 간다. 잦은 샤워 탓도 있지만 세상의 이치를 떠올려 보면 당연한 것 같다. 우선 가까운 초목의 경우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해가 거듭 될수록 표피는 갈라지고 수분이 말라가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은가. 하물며 사람도 그와 같으리라 생각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츰 늙어가면서 신체의 변화가 찾아오기 마련인 것을.
 
그것 참 볼수록 오묘하다. 등 뒤로 밀어 넣어 살살 문지르니 시원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도구의 출연들이 과연 인간의 모든 삶을 해결해 주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득 노년의 길에서 서로의 등을 긁어주는 부부의 모습이 그려진다. 비록 직접 닿지 않는 손길이라 해도 서로 어루만지고 감싸주는 마음으로 부부가 살아간다면 그보다 더 좋은 그림은 없을 지 싶다. 
 
지금은 백세시대라 한다. 늘어난 수명에 의해 더불어 복합적으로 생겨나는 노인의 문제도 여러 가지이다. 단절되는 외로움, 그리고 불편해지는 육신, 등 그 밖에 많은 것 들이 있다. 갑자기 웃지 못 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효자손과 같은 이름의 여러 물건들이 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령 효자 발, 효자 눈, 효자 귀 등 이런 물건들이 새롭게 나타나 편리함을 가져다준다면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될까 궁금하다. 
 
조금은 삭막한 표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확고한 것은 물건에 붙여진 이름보다는 효자의 호칭을 아낌없이 사람에게 수식시켜주는 그런 사회가 되길 바랄 뿐이다. 누구든 부모 없이 어떻게 세상에 태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진정 자식 된 도리로서 효자라고 불리 우는 몸의 어느 일부분이라도 감당하고자 애쓰는 마음가짐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곧 내게도 다가올 노인의 날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밀려오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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