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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유자식(有子息) 상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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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8.21 15: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양 섭 충청북도의회 의원
[충청신문=이양섭 충청북도의회 의원]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을 해도 아이들을 안 낳으려고 해”, “결혼하면 아이 낳는 것은 당연한데 왜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하는지 몰라.” 
 
얼마 전 점심식사 자리에서 어느 지인이 내뱉은 한숨 섞인 말이 내 가슴에 대못처럼 박혔다. 
 
결혼은 하되 아이는 낳지 않는 딩크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세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직장인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정책에 대한 여성근로자 대상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미혼자의 38.3%가 결혼 후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출산계획이 있는 미혼자가 생각하는 자녀의 수도 2명(37.1%), 1명(19.8%), 3명 이상(4.8%)으로 나타났다. 미혼여성 10명 가운데 4명은 아예 결혼 후 자녀를 가지지 않겠다고 답했다. 
 
조사결과에서도 보듯이 아이를 낳는 것은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 된 것이다. 
 
나는 출생률이 현저히 상승한 베이비붐 세대이다. 
 
학생으로 빼곡했던 ‘콩나물 교실’부터, 교실이 부족해 오전․오후반 2부제 수업 등 베이비붐세대끼리 공유하는 추억이 많다. 
 
그런데 그 많던 학생들이 지금은 2015년 기준 1.24명에 불과한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초고령사회 진입까지 불과 10여년을 남겨둔 결코 명예롭지 못한 사회지표를 가지고 있다. 
 
국가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초고령사회의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조만간 펼쳐질 우리 미래인 것이다.
 
아이를 출산하여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까지 뒷바라지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의 출생과 동시에 시댁이든 친정이든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방과 후 학교․사설 학원, 가정도우미 등에 맡겨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특히 직장생활 하는 여성들은 회식이나 야근, 친구들과의 만남을 하려면 먼저 걱정이 앞선다.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아이가 올 시간인데, 아이 저녁 챙겨줘야 하는데” 등의 문제에 봉착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니 후배들에게 “결혼하지 마”, “결혼하면 아이는 낳지 말고 그냥 둘이 살아 나중에 아이한테 도움 받을 것도 아니잖아”, “무자식이 상팔자야”하는 등의 조언을 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서 제일먼저 하는 의성어가 ‘응애’이다. 그 첫마디에 그날만큼은 이 세상을 전부 가진 것처럼 감격스럽다. 
 
아이가 나와 똑같이 생겼고, 자는 모습, 좋아하는 것, 성향 등등이 같은 모습을 볼 때 얼마나 신기하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옹알이를 하고, ‘아빠’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기쁨과 뿌듯함은 세상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다. 
 
그러다가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공부, 학교, 취업 등등으로 기쁠 때도 있고 속상할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아이가 있기 때문에 느끼는 생산적인 스트레스가 아닐까 한다.
 
나 또한 부모님 그늘에서 철없이 살다가 결혼을 해서 아이가 태어나 아빠가 되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철이 들었고 성숙해졌다.
 
아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넓은 마음과 혜량(惠諒)을 배울 수 있었다. 이 또한 아이가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행복한 특혜가 아닌가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우리 아이들한테 해준 것보다 나에게 아이들이 준 기쁨과 환희, 행복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러므로 요즘 젊은 세대들도 아이를 낳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 아닌 행복한 의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위험천만한 일은 아니라 축복임을 정책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무자식(無子息) 상팔자’가 아닌, ‘유자식(有子息) 상팔자’가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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