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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두 바퀴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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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8.22 15:5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기 자 수필가
[충청신문=김기자 수필가] 자전거를 타보고 싶었다. 예전부터 운동신경이 둔한 터라 엄두를 낼 수 없었는데 배우기로 단단히 결심을 했다. 남편이 애써 뒤에서 붙들어 주며 페달을 돌려 보라 하지만 한 바퀴도 못 돌리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다리는 온통 멍투성이가 된 채 가족들에게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오기가 생기고 말았다. 며칠 동안 수없이 연습을 했더니 이제는 제법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게 되었다.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틈날 때 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몇 바퀴 돌고는 했다. 기우뚱대면서 자전거를 타는 내 모습을 보고 이웃사촌들이 웃어대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자전거와 내 마음이 하나가 되는 듯한 가벼움까지 맛보게 되니 불어오는 바람조차 더욱 신선한 느낌이었다.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대단한 만족감을 찾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일이란 것까지 알게 된 기회였다. 후로부터 건강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자전거 타기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적당한 바람이 부는 날에는 더 즐겁다. 집에서 조금만 나가게 되어도 잔잔한 강물을 곁에 둔 둑길을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내 자신도 들꽃처럼 낮아지는 여유까지 발견해 낸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저마다 아우성을 치면서 햇살 속에 나란히 앉은 채로 나를 부르는 듯해서다. 마음이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숨은 듯 몸을 낮춘다. 꽃들이 전해오는 순수함에 빠져 들어가 나도 모르게 초연해진다. 취한 듯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면 감미롭기 그지없다. 음악의 선율이 들려오는 듯 하고 가까이에서 만져지는 것만 같다.
 
이처럼 자연의 모습이란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제몫을 감당하는 것이었다. 그 속에 질서가 있고 인내가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맛본다. 이 모두 자전거를 타면서 얻게 된 삶의 선물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은 풍선처럼 하늘을 오르고 다리는 힘껏 페달을 밟는다. 들판은 내려앉기 시작한 저녁노을로 지상의 바다를 이루어 내고 있다. 혼자서 노래를 부르고야 만다. 작은 길 위의 여행에서 얻는 게 이런 맛일까. 아집도 내려놓고 욕심도 버리기를 스스로 바라게 되는 조용한 시간이다.
 
문득 자전거의 움직임이 작은 우주, 즉 가정이란 굴레의 바퀴와도 같다는 상상을 한다.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지켜야만 앞으로 나아가듯, 가정이라는 곳도 같은 이치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바퀴의 역할이 곧 부부의 역할과 흡사하다는 생각이었다. 두 개의 몸이라 해도 한 몸처럼 되어서 가정을 이끌어 가야만 원만하기 때문이다. 상호 보완 속에 어느 한쪽도 멈추지 않아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원칙을 뒤늦게라도 알았다고나 할까.
 
수많은 군중 속에서 나를 발견한다. 높은 날개도 가지지 않았으며 커다란 몸짓을 품지도 않은 모습이다. 그만큼 미약한 존재로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온 날들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만의 자리에서 바퀴의 역할에 충실했었다고 자부한다. 행복의 크기에 연연치 않고 종착역을 향해 언제나 바퀴의 의무를 다하면서 달려오지 않았던가. 그것이 나를 위한 일이었다 해도 한걸음 더 나아가 가정과 가까운 사회와의 조화로움을 위해 애써왔던 시간이라 말 하고 싶다.
 
삶의 여유는 내 안에서부터였다. 그것을 알게 된 후로는 세상의 모든 것이 질서가 있고 아름답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며 찾아내는 일이었다. 하늘이 더욱 눈부신 날 가슴에 햇살을 가득 담으며 자전거를 타고 싶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노래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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