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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 전통도검의 맥을 이어가는 ‘고려도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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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9.26 16: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조선시대는 물론 고려시대와 그 이전부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준 조상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항상 소장했고 더욱 강한 도검을 만들어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데 큰 몫을 담당했던 것이 바로 ‘도검’이다. ‘강철검’을 통해 나라의 강한 힘을 과시했고 그 도검 속에 깃들어 있는 기상과 위용으로 강한 국가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고려도검과 조선도검의 제작기법은 물론 조상님들의 기상까지 희미해져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이에 고려와 조선시대 도검을 재현해 현재의 후손들에게 선조들의 굳은 절개와 그들의 호국 충절정신을 알려주고자 조상들의 ‘도검 재현’에 혼신을 기울이고 있는 대전에 위치한 전통 도검 제작회사인 ‘고려도검’을 찾아 선조들의 기상과 위용을 확인해본다.(편집자 주)

▲ 한국 도검제작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고려도검 문희완 대표가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도검 앞에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인들은 칼 하면 일본도를 떠올린다. 심지어 한국사람도 우리 조상의 칼이 일본보다 앞서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의 도검 기술은 백제로부터 전수받은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각 성마다 성주가 있었고 그들이 세력을 지켜야했던 역사적,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도검 문화가 빠르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우리는 병법 상 칼보다는 활이나 창을 주로 쓴 민족이었고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조선의 도검 등 병장기 생산을 금지한 데다 6.25 전쟁을 거치면서 도검 연구는 물론 제작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한국도검의 전통을 계승하고 복원하기 위해 대전시 유성구 신성동에서 고려도검제작소와 검리연구회를 운영하는 문희완(58) 대표.

“군인들은 역사를 전쟁의 관점에서 본다. 병기의 발달에 따라 세계역사의 흐름이 바뀌었다”며 “23년을 군인으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도검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문 대표는 도검의 역사부터 시작해 진검과 가검을 가려내는 법 등을 그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 한국 전통도검의 맥을 잇기 위해 고려도검 문희완 대표의 2세인 문준기(32) 씨가 담금질을 마치고 달아오른 칼끝을 바라보며 도검제작에 혼신을 불어넣고 있다.

고려도검에는 35년 경력의 도공과 문희완 대표의 2세 문준기(32) 씨 등 실력 있는 5명의 도공이 아름다운 한국 전통도검의 맥을 잇고 있다.

문준기 도공은 아버지 문 대표가 일본 최고의 도공 마츠바이치로 선생을 쫓아다닌 끝에 어렵게 허락을 받아내어 큐슈 미야자키현에서 4년간 일본의 전통 도검 기술을 사사하고 돌아온 실력 있는 도공이다.

제작소에서는 단조, 담금질, 연마, 목공, 전통칠을 거쳐 전통자개와 수술로 마지막 장식을 하기까지 장인의 혼이 깃든 제작과정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도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칼처럼 한쪽만 날카롭게 날이 서 있고, 검은 양날이 모두 날카롭다. 도는 과거 장군들이 전쟁을 치르면서 적을 찌르고 베기 쉽도록 만들어져 창과에 속한다.

고려도검에서 제작하는 작품 중에는 과거 왕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됐던 사인검이 있다.

12간지 중 무인을 상징하는 호랑이 인자가 네 번 겹치는 인년, 인월, 인일, 인시에 제작된 칼로 12년에 한 번씩 만들 수 있는 사인검은 귀신을 쫓고 재앙을 막는다는 주술적 의미를 품고 있다.

▲ 최근 국내 최초 실물 크기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는 충무공 장검(검날 길이 138cm, 손잡이 60cm, 총 길이 198cm)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는 문희완 대표.

또 최근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충무공 장검은 국내 최초 실물크기로 재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충무공 장검은 검날 길이 138cm, 손잡이 60cm, 총 길이 198cm로 혼자 뺄 수 없을 정도 길며, 실물 장식을 원형대로 디자인하고 검신도 실물 크기로 제작해 위용을 드러냈다.

충무공은 이 장검을 실전에는 사용하지 않았고 오직 통제부에 위엄과 장군의 맘을 다스리는 검으로 만 활용했다고 한다.

문 대표가 말하는 명검의 기준은 일단 외형이 아름다워야 한다. 예술품으로써 장식과 소장의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검을 만드는 방식인데 진정한 명검은 무쇠를 담금질 한 뒤, 달궈진 무쇠를 해머로 두드려서 만드는 100% 단조방식을 사용한다.

고급 진검일수록 칼날도 통열처리가 아니라 부분 열처리 방식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요즘 도검들은 강철판을 레이저로 자르고 전기 열처리를 해 기계로 갈아내는 방식으로 도검을 대량 제작한다.

문 대표는 “일명 특수강이라고 하는 요즘 도검은 제작비가 별로 안 들고 시간이 단축되는 장점이 있지만 베기를 할 때 탕탕 튀고 파고드는 맛이 없다”며 “이에 비해 흙을 바른 전통 열처리는 검이 삼각도처럼 파고든다”고 설명했다.

“칼이 휘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죠?”

도검의 A/S를 원하는 고객의 문의가 이어졌다. ‘무슨 일일까. 도검에 문제가 있나’ 고민하던 문 대표는 고객에게 동영상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동영상을 살펴보던 문 대표는 고객의 검술 자세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만남을 요청했다. 사실 문 대표는 17년간 검술을 연마해 온 검도 4단의 실력자다.

‘검리연구회’의 시작은 수익적 측면보다는 시간과 정성을 쏟아 제작한 도검이 잘못된 검술자세로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고 이들을 통해 우리의 도검이 전국 각지로 나아가 세계로 널리 홍보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운영하게 됐다.

문 대표가 도검제작소 지하에서 운영하는 검리연구회에는 20대 청년부터 80세가 넘는 어르신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수련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대전 유성구 신성동에 위치한 고려도검 전시장에는 도검은 물론 옛 선조들이 사용했던 활 등 각종 무기가 전시돼 있어 우리 조상들의 기상을 엿볼 수가 있다.

주말에는 서울이나 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회원들이 찾아오며 심지어는 해외에서도 그 명성이 자자하다.

문 대표가 고려도검을 홍보하기 위해 운영하는 페이스북의 회원수는 5000명 가운데 90%이상이 외국인이다.

검도수련 동영상이나 도검 제작 공정, 신제품을 담은 동영상을 올릴 때마다 1000명 이상의 구독자들이 ‘좋아요’로 회답한다.

고려도검은 지난해 1700만이라는 관객을 이끈 한국 영화 ‘명랑’의 소품을 제작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제작되고 있는 영화와 드라마에 소품을 제작해 10년 이상 납품하고 있다.

양질의 소품을 대량생산 할 수 있으며 여러 하청업체와 함께 순발력 있는 동시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고려도검은 한국 영화 방송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명검의 수요가 적은 한국과는 달리 마니아층이 두터운 미국과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 문 대표는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해 미국에서 열리는 총기와 도검 박람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박람회에서 의외로 총기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칼이 전시된 것을 보고 이 시장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초기에는 단골을 늘리기 위해 중저가 전략상품을 특별히 제작해 론칭했다. 수출형으로 제작한 ‘죽호도검’은 가격대비 훌륭한 성능을 나타냈다.

날 부분은 흙을 바른 차등 열처리를 하지 않았지만 검신을 달군 후 수작업으로 담금질해 날 부분의 경도를 올리고 연마로 아름다운 하몬 모양을 냈다.

베기의 느낌은 특수강이나 강판을 끊어낸 검신이 탕탕 튀면서 충격이 크게 베어지는 것과 달리 충격 없이 슴벅슴벅 베어진다. 가볍고 소리가 잘 나서 검도 수련에 용이하다.

문 대표는 “같은 검날이라도 미국인이 좋아하는 스타일과 우리나라 사람, 중국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며 “미국인은 검정색을 선호하지만 중국인은 황금색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세계의 소비자들 특성에 맞춰 지속적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고 우리나라의 전통 도검 역사와 문화를 담은 박물관을 지어 후세에 전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몸과 마음을 녹여 만든 완성된 도검의 날카로운 칼끝을 바라보는 고려도검 문희완 대표의 의지에 불타는 강렬한 눈빛에서 대한민국 전통 도검의 맥을 이어가며 세계속에서 대한민국의 도검이 우뚝 설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올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대담-선치영 부국장

정리-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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